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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전망대]권순활/'기획원 전성시대'의 그늘

입력 | 2004-01-11 17:22:00


‘경제기획원 전성시대’다. 청와대와 내각에서 옛 기획원 출신 경제 관료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청와대 경제팀은 박봉흠 정책실장을 비롯해 권오규 정책수석비서관, 김영주 정책기획비서관. 김성진 산업정책비서관 등 거의 ‘싹쓸이’다. 내각 경제팀에는 김병일 기획예산처장관, 장승우 해양수산부장관. 김광림 재정경제부차관 등이 있다. 경제팀 밖의 실세(實勢)인 전윤철 감사원장과 이영탁 국무조정실장도 기획원에서 잔뼈가 굵었다.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1994년 12월 정부조직 개편으로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됐지만 경제관료 사회의 두 축이다. 정책조정과 예산(기획원), 금융 및 세제(재무부)를 다뤄 ‘관청 위의 관청’으로까지 불렸다.

두 부처 인맥의 역학관계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현저히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외환위기 책임추궁 과정에서 재무부 출신 금융관료가 대거 ‘숙청’당했다. DJ정부 경제정책 핵심실세였던 진념 이기호 전윤철 이남기씨 등 ‘기획원-호남 인맥’의 전진배치도 영향을 미쳤다. 현 정부 출범 후 지연(地緣)의 의미는 퇴조했으나 기획원의 득세(得勢)에는 변화가 없었다.

재무부 인맥 가운데 세제분야는 아직 탄탄하다. 김진표 경제부총리, 이용섭 국세청장, 최경수 조달청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 장·차관 후보로 꼽혔던 금융관료는 대부분 낙마했다. 재무부 이재국장을 지낸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과 국제금융 전문가인 김용덕 관세청장 정도가 눈에 띈다.

현직에 있는 기획원 및 세제출신 고위관료들은 대체로 우수하다. 전문성 없는 ‘코드 인사’와는 거리가 멀며 공직자로서의 사명감도 투철하다. 하지만 금융정책의 실무분야를 제대로 다뤄본 공직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 불안하다.

경제의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경제정책에서 차지하는 금융의 중요성은 더 높아졌다. 금리와 주가, 환율의 움직임은 전체 경제흐름을 통계청 통계보다 더 빨리 보여줄 수 있다. 민감한 금융정책은 시장흐름을 면밀하게 파악하면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할 때도 있다.

전문가는 그냥 길러지지 않는다. 해당 업무에 대한 충분한 경험은 필수조건이다. 거기에다 성공과 실패의 체험을 통해 짧은 시간에 동물적 감각으로 책임지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시장에 밝은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나 로버트 루빈 전 재무부장관이 있었기에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국경제의 호황도 가능하지 않았던가.

올해 한국경제는 카드업계 유동성, 신용불량자 및 가계부채, 전환증권사 구조조정, 후순위채 문제 등 금융분야 이슈가 잇따를 전망이다. 대통령은 LG카드 사태와 같은 금융현안이 수시로 터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금융정책 전문가들의 리스트를 챙겨뒀으면 한다. 인사에서도 ‘편식’은 위험하다.

권순활경제부차장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