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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김창기의 눈높이 육아]형제간 싸움 편들지 마세요

입력 | 2004-01-11 17:27:00


두 살 차이 형제 훈이와 혁이는 마주치면 서로 원수처럼 싸운다. 형은 동생이 게임을 방해한다고 고함을 지르다 결국 동생에게 이단옆차기를 날리고 동생은 물건을 형이 일부러 부쉈다고 대들다가 울며 엄마에게 달려온다. 공정하게 형제간 갈등을 해결해 보려는 엄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엄마는 동생 편만 들어”, “엄마는 형한테만 좋은 것 다 사주고 나는 형이 쓰던 것만 줘”라며 엄마의 마음을 긁어놓는다.

형제자매간의 갈등과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잔과도 같다. 무조건 가족 내의 갈등이 없어야 한다는 규칙을 정하거나 윽박지른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누군가와 공유해야 한다는 것은 아이에게는 무척 힘든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자랄 때에는 형제가 서로 도우며 사이좋게 자랐는데, 이 아이들은 왜 이러는 거죠”라고 묻는 부모들이 많다.

그러나 그 시대의 부모는 삶에 쫓겨 너무 바빴거나 형제가 너무 많아서 자녀들에게 관심을 주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형제들끼리 서로 의지하며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형제가 서로 싸우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시샘은 나쁜 짓이야. 형제는 사이좋게 지내야지”하는 식의 틀에 박힌 훈계의 반복은 효과가 없다. 그보다는 어렵지만 좀 더 아이들의 마음을 읽으려는 노력과 자녀에 대한 일관성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 엄마가 아이의 서운한 마음을 읽어줄 수만 있다면 형제관계는 점차 우호적으로 변할 수 있다.

형제자매간의 싸움이 그리 심각한 상황이 아니면 다치지 않도록 감독은 하되 끼어들지 않는 것이 좋다. 아이는 머리를 맞대고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서로를 아낄 줄 알게 되며 갈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조리있게 표현하고 입장차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싸움이 점점 심해진다면 각각 아이와 함께 하루에 30분씩 ‘엄마와 아이만의 특별한 시간’을 갖도록 한다. 그 시간 동안 관심을 오직 한 아이에게만 주며 함께 산책을 한다거나 서로 껴안고 이야기를 하며 엄마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끼게 해주자. 사실 아이는 똑같은 양의 사랑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편한 아이들은 싸움 같은 골치 아픈 일은 잘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