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날씨 경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KBS 기상캐스터 이설아씨. -김미옥기자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가 ‘오늘 날씨는 어떨까’ 하는 것이다.
요즘엔 인터넷으로 날씨를 금방 확인할 수 있지만 기상예보하면 방송사의 기상캐스터가 먼저 떠오른다. 그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의 한 카페에서 KBS 기상캐스터 이설아씨(26)를 만났다.
‘최근 겨울답지 않게 따뜻해서 예보하기 좋겠다’고 인사했더니 이씨는 “그런 말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길을 가다 차가운 바람 한 번 불면 깜짝 놀라요. 최근 따뜻한 날씨가 이어진다고 방송했는데 혹시 갑자기 추워지는 건 아닌지 늘 조심스럽거든요.”
최근 이상하리만치 따뜻한 겨울은 한반도 북서쪽에 형성된 고기압대가 북극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씨의 설명. 서울에서도 때 아니게 개나리꽃이 핀 것을 간혹 볼 수 있다.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은 언제 진짜 눈 위에서 스키를 탈 수 있느냐며 섭섭해 하죠. 그러나 보육원이나 양로원 등 추운 겨울이 힘겨운 사람들을 생각하면 다행일 수도 있지 않나요?”
지난해 KBS에 입사한 이씨는 입사연도만 따지면 아직 새내기 기상캐스터다. 외견상으로 어려보이는 것과는 달리 KBS 입사 전에 케이블TV에서 2년 넘게 기상예보를 진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은 여전히 녹록하지 않다.
“기상정보만 전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기상캐스터는 없어요. 어떤 정보가 시민에게 더 도움이 될지 꼼꼼하게 살피고 고민하죠.”
기상캐스터에겐 어느 조그만 지역도 소중하다. 하지만 신경이 가장 쓰이는 곳은 인구가 많고 상대적으로 날씨 변화가 심한 서울. “왕십리에선 비가 오던데 종로에는 왜 비가 내리지 않느냐”는 식의 전화가 가장 많이 받는 항의 중 하나다.
그는 최근 서울시민의 관심이 서울 날씨보다 주말 서울 근교, 특히 스키장의 날씨에 집중된다고 소개했다. 주5일 근무 등으로 레저문화에 익숙해지면서 시민의 날씨에 대한 관심이 구체적이고 다양화하고 있다는 것.
이씨는 기상캐스터라면 다양한 생활정보를 함께 전달하는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뜻에서 이씨는 김장하는 법이나 겨울철 집안 청소요령 등을 날씨와 함께 알려준다.
“수메르 신화에 나오는 엔릴이라는 신은 바람과 폭풍우 등 기상현상과 함께 인간의 운명을 관장한대요. 옛 사람들 역시 기상과 인간의 생활은 밀접하다고 생각한거죠.”
이씨는 “시청자들이 나의 책임감과 성실함을 믿어주는 기상캐스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