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는 1월 9일 “독도(다케시마)는 일본 영토다. 한국도 잘 분별해 대응하라”는 발언을 했다. 이것은 두 가지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발언은 지금까지 주로 장관들 수준에서 해 왔으나 이번엔 총리가 직접 나서서 ‘망언’을 했다는 점이다. 남의 나라 영토에 대해 증거도 없이 한 나라의 행정수반이 침략적 도발 ‘망언’을 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독도는 일본 영토이니 “한국도 잘 분별해서 대응하라”는, 한국정부와 한국국민을 협박한 요소가 포함돼 있다. 일본 영토로 알고 그에 합당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좋지 못하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이는 종래 일본 총리나 장관들도 삼갔던 것인데 고이즈미 총리가 처음으로 협박수준까지 나아간 것이다.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실효적 점유에서나 명명백백한 한국의 배타적 영토다. 한국의 독도영유권은 국제사회·국제법상 공인된 ‘실체영유권’인 데 비해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은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다. 한국의 독도영유권 증거는 완벽하게 다수 갖춰져 있다.
더욱 한심한 것은 한국 외교통상부의 대응양식이다. 우리가 독도를 실효적으로 점유하고 있는데 맞대응하면 독도를 분쟁지로 만들려는 일본의 정책에 말려드니 무대응으로 가자는 것이다. 이것은 외교부의 무능과 무사안일주의의 도피 외교에 대한 변명에 불과하다.
지금 전 세계 관련자들은 한국이 독도를 영유하고 있는데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공격외교를 펴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독도는 영유권 ‘분쟁지’가 아니라 이미 영유권 ‘논쟁지’로 부상된 지 오래다. 논쟁에서 정당하게 맞대응하지 않으면 관중들에겐 상대의 주장이 정당한 것으로 굳어가는 법. 외교부는 일본의 도전에 침묵해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근거 없는 주장이 혹시 정당한 것 아니냐는 의문만 축적해가고 있다.
외교부의 무대응 논리는 대한민국의 국익을 해치고 일본 로비의 영향을 받은 의문이 있다. 동해 방면 배타적경제수역(EEZ)의 기점으로 당연히 ‘독도’를 취해야 했는데 한국 외교부는 ‘울릉도’를 취하고 도리어 일본 외무성은 ‘독도’를 취했다. 신한일어업협정에서도 한국은 일본의 제안을 수용해 ‘중간수역’을 설정하여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어떠한 시사도 않은 채 ‘중간수역’ 안에 넣었다. 도대체 왜 이러한 외교를 하는가. 우리 국민과 국회와 정부가 외교부의 이런 ‘도망’ 외교를 그대로 두면 일본의 공격 외교는 결국 독도를 점령하고 말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독도 망언’에 대한 한국 정당들의 규탄은 지극히 정당한 것이다. 이 규탄 발언이 진정한 마음과 뜻의 발언이라면 이를 실천해야 한다. 우선 국회가 외교부의 최근 도망정책, 즉 EEZ 독도기점 포기정책, 신한일어업협정의 중간수역 책정, 독도 주민 철수 등을 ‘특별 국정조사’하고 실책에 대해선 관련자들을 징계해 나라의 기강을 세워야 한다.
국민과 국회와 정부는 고이즈미 총리의 망언과 일본의 독도 침략 시도에 당당하게 맞대응해 규탄하고 독도 수호의 철저한 대책을 수립 실천해야 할 것이다.
신용하 한양대 석좌교수·한국사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