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33·서울 용산구 이촌2동)는 최근 네 살 난 딸과 함께 TV를 보다 난감해져 딸의 기색을 살폈다. 어린 딸이 선정적인 광고를 '신기한 듯' 뚫어져라 쳐다본 때문.
광고의 내용은 이렇다.
한 여자가 맞은 편 복도에서 걸어오는 남자를 벽으로 밀어 세우더니 남자의 몸을 손으로 훑으며 '킁킁' 냄새를 맡는다. 여자가 남자의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자 남자는 화들짝 놀라고…. 이 때쯤 "이 남자에게서 색다른 감자 냄새가 난다"는 카피가 흐른다.
롯데제과의 감자 스낵인 '포칸'의 광고인 것. TV광고를 모아놓은 인터넷 사이트에선 "제과 광고인데 지나치게 섹슈얼한 이미지는 보는 입장에서 거북하다", "조금은 심한 섹스어필이 아쉽다"는 등의 부정적 평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광고를 제작한 대홍기획측은 "섹스어필 광고가 아니라 코믹 광고"라는 입장.
이전부터 광고업계에선 강한 이미지를 남기기 위해 본능을 자극하면서도 은근한 '성(性)적 암시'를 자주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광고는 노골적으로 섹슈얼한 이미지에 집착해 불쾌감을 주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 선보인 피자헛의 '리치골드'도 마찬가지. 각각 고구마와 치즈를 든 남녀가 첫 눈에 반한다. 둘의 포옹과 함께 "고구마와 치즈의 운명적 만남, 피자헛 리치골드"라는 카피가 흐른다. 그런데 둘이 맛있게 피자를 먹는 장면에선 남자가 은밀하게 "또 한번 할까?"라고 속삭인다. "감자와 치즈를 또 결합할까?"라는 의미라기엔 어쩐지 억지스럽다.
최근 TV에서 선보인 KT의 '001 블루'도 선정적인 문구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모델은 지난해 젊은 세대의 성(性)풍속도와 사랑을 그린 영화 '싱글즈'의 두 여자 주인공.
요가를 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장진영이 "해봤어?"라고 묻자 엄정화가 잠깐 놀라 옆으로 쓰러지며 "으응? 뭘?"이라고 묻는다. 이후 의미 있는 미소가 흐르는 이 광고 역시 다분히 성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삼성전자 애니콜 광고도 이효리의 현란한 춤과 남자 모델의 "작업 중이야"라는 카피를 내세우는 등 독창성보다는 지나치게 여성 모델의 이미지에 매달린다는 평이다.
두 광고를 제작한 제일기획은 "광고는 메시지 전달에 못지 않게 얼마나 주목을 끄느냐도 중요하다"며 "섹스어필 광고는 주목도 면에서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