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무인도의 영유권에 관한 분쟁이 세계적으로 약 30건 있다. 이에 대한 각 당사국들의 대응책은 다양하다. 공유, 공동개발하기도 하고 국제사법기관에 위임하기도 하며 나아가서는 힘으로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동아시아의 경우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그리고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간의 무인도 영유권 분쟁이 있는데 전자는 2년 전에 말레이시아의 승소로 끝났고 후자는 현재 국제사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이제는 당사국간에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전문기관에 맡긴다는 새로운 경향이 아시아에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독도문제는 1952년 10월 18일 우리나라가 ‘인접 해양에 대한 주권선언’, 즉 평화선을 선포할 때 발생하여 한일간에 50년 이상 민족 감정을 내세운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증거도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처음부터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독도문제가 표면화할 때마다 대일 감정까지 곁들여 우리의 영유권을 연거푸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법상의 영유권은 결코 다른 나라가 이의를 제기하면 약해지고 그렇지 않으면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독도가 우리 것이면 도쿄 한복판에 있어도 우리 것이고 만에 하나 아니라면 세종로에 있어도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한 우리나라의 입장은 본래 우리의 영토에 대해 일본이 어느 날 갑자기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니 황당무계한 일이고, 따라서 이것은 국제법상 분쟁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재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새 한일어업협정에 독도가 소위 ‘중간수역’에 들어있으니 이는 독도에 대한 우리의 영유권을 두고 타협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그 협정 제15조를 한번 읽어보기만 해도 근거 없는 비난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어업협정은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 합의를 앞두고 어업만을 위한 잠정조치에 불과한 것이다.
2년 전에 정부가 몰래 독도를 일본에 넘겨주기로 했다는 말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 관한 우리 국민의 의식은 이미 그런 수준을 훨씬 넘어서 있으니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이번에 독도문제의 도화선이 된 것은 ‘독도의 자연’ 우표 때문인데 왜 이 시점에서 이러한 우표 발행이 필요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 영토에 관한 우표를 발행하는 것은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니 그렇게 하면 될 따름이지 찬반 간에 소란을 피울 필요도 없다.
우리 영토라는 분명한 증거가 있고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으면 그로써 족할 일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나아가서 “조용히 있어도 독도는 고스란히 우리 것”이라는 말만 해도 마치 국적(國賊)인 것처럼 몰아세우고 인터넷 등에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제 아내를 만나는 사람에게 ‘저 여자가 내 아내’라고 강조하는 꼴이다.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준을 따르면서 좀 더 유연하고 성숙하게 대처해야 할 일이다.
박춘호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건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