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에서 羊은 대단히 좋은 의미로 쓰인다. 道德(도덕)의 지향점인 善에도, 藝術(예술)의 지향점인 美에도 들어 있다. 모두가 吉祥의 최고 상징어들이다.
羊은 양을 그린 상형자로, 곡선 모양의 뿔을 특징적으로 그렸다. 고기와 젖은 양식으로, 가죽과 털은 옷감으로 쓰였고 성질 또한 온순하고 군집생활을 하는 특징 때문에 羊은 일찍부터 가축화되었던 동물이다. 따라서 고대 중국에서 羊은 대단히 유용하고 중요한 존재이자 신에게 바치는 가장 대표적인 희생물이었기에 犧牲羊(희생양)이라는 말도 생겼다.
羊에 示가 더해지면 祥이 된다. 祥은 가장 소중한 가축인 양을 상에 올려 정성껏 제사를 모시는 모습이다. 이러한 정성에서 나온 신의 계시는 주로 吉兆(길조)였기에 지금의 상서롭다는 뜻이 생겼다.
羊은 善惡(선악)과 是非(시비)를 가릴 수 있는 정의의 동물이기도 했다. 善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羊의 눈(目)을 그렸다. 이후 目(목) 대신 이 더해졌고, 다시 지금처럼 변했다. ‘양의 눈’으로 묘사된 善은 양의 정의로움과 정직함을 상징한 글자이다. g은 말다툼, 즉 訟事(송사)를 뜻하여 是是非非를 가려 줄 수 있는 양의 상징성을 그렸다. 뾰족하고 긴 뿔을 가진 양은 不正(부정)한 이를 들이 받아 죽이는 동물로 묘사되고 있다. 그래서 ‘뿔이 하나인 양(一角之羊)’으로 해치(해(채,치))를 묘사했고, 해치는 정의와 法(법)의 수호신으로 존재해 왔다.
美는 羊과 大로 이루어졌다(오른쪽 그림). 이를 두고 살찌고 큰(大) 羊이 유용했기 때문에 이것이 바로 ‘아름다움’이라는 유물론적 해석과 원시축제에서 볼 수 있듯 양가죽을 덮어쓰고 아름답게 치장하여 춤추는 모습에서 ‘아름다움’이 나왔다는 유심론적 해석이 있다. 하지만 자원(字源)으로 본다면 大는 사지를 벌리고 서 있는 사람의 정면 모습을 그린 글자니 후자가 더 원시적 의미에 근접해 보인다.
양가죽을 덮어 쓴 것은 양을 잡아 오거나 양을 부리는 사람이 그 만큼 용맹스럽고 건장하다는 모습을 과시하기 위한 행위였을 것이다. 美에는 고대사회에서의 그 같은 ‘바람직한 인간형’과 큰 양이 가지는 유용성이 반영됐다고 할 것이니, 결국 심미관은 인간의 당대의 가치에 의해 형성되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