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떤 외국 자금이 어떤 목적으로 한국 증시에 쏟아져 들어오는 것일까.'
외국인들이 올해 개장일부터 9일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가면서 그 자금의 성격과 투자 목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일부터 13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2조6031억원. 특히 하루동안 순매수 금액이 8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급증하면서 새로운 펀드가 한국에 입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일부에서는 환차익을 노린 헤지펀드가 한국 시장을 노린다는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투기성 헤지펀드 규모는 미미한 수준"=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자금 동향으로 볼 때 투기성 헤지펀드 자금이 대량 유입되는 징후는 찾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UBS증권 진재욱 대표는 "헤지펀드의 비중이 커지고는 있지만 최근 국내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없었다"며 "외국계 자금의 질을 살펴보면 최소 6개월은 빠져나가지 않을 중장기 성격의 자금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국제영업부에 따르면 올해 매수 주문을 내는 외국인들 상당수는 6개월~1년 정도 특정 주식을 보유하는 뮤추얼 펀드나 장기 연금 펀드. 미국은 물론 싱가포르와 홍콩 등 아시아 지역의 자금이 크게 늘어났다.
금융감독원 역시 "투기성 자금보다는 안정적인 성향의 자금이 주로 들어오는 추세"라며 헤지펀드 유입에 따른 증시 급변동 가능성을 경계했다. 작년 12월 이후 외국인 자금을 분석한 결과 싱가포르 정부기금 등 안전한 장기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는 설명이다.
단 이춘수 대한투자증권 주식운용본부장은 "연기금, 장기투자 펀드 등과 함께 헤지펀드도 섞여 들어오고 있어 아직 구분은 어렵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총선을 전후해 금융당국의 환율시장 개입이 끝날 가능성을 보고 환차익을 노린 외국계 자금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
▽왜 이렇게 많이 살까?=이코노미스트들은 환차익의 매력 등을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최근 외국인들의 대량 순매수세가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자금이 아시아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커다란 수급상의 흐름 속에서 볼 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 안선영 연구원은 "달러 약세로 미국 금융자산 가치가 떨어지면서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그 가운데에서도 수익성이 높은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들어오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에서 이머징 마켓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지난 한주동안만 5억6000만 달러. 96년 이후 주간 단위로 최고치 수준이다.
업종별 외국인 순매수 순위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올해 들어 13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상위 업종은 전기전자(1조1109억원) 통신(4004억원) 은행(2828억원) 화학(2611억원). 이들 업종은 작년 말 외국인들이 대량 팔았거나 다른 업종에 비해 못 올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즉 연말 계절적인 요인으로 빠져나갔던 자금이 연초 기대감과 함께 그 업종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