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낭랑 18세’에서 첫 주연을 맡은 이동건은 “권위적으로 행세하다가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바보로 돌변하는 역할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KBS
“올해 드디어 연속극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제가 원숭이띠라서 원숭이해에 소원이 이뤄졌나봐요.”
탤런트 이동건(24)의 목소리는 점잖았으나 표정은 만족스러워 보였다. 12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의 한 식당에서 만난 그는 KBS2 월화드라마 ‘낭랑 18세’(극본 김은희 윤은경·밤 9·50) 촬영을 마치고 오는 길이었다.
이동건은 1997년 가수로 데뷔했으나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해 2000년 가수 활동을 접었다. 대신 앨범 홍보의 하나로 여겼던 연기로 전업해 MBC ‘세 친구’(2000년)와 ‘네 멋대로 해라’(2002년)로 인지도를 높였다.
출연작 중 그에게 연기자로서 자신감을 북돋워준 것은 지난해 KBS2 ‘상두야 학교 가자’였다. 그는 사랑하는 약혼녀(공효진)를 연적(비)에게 떠나보내는 소아과 의사로 나왔다.
“그때부터 비로소 ‘가수가 연기한다’는 말을 안 들었습니다. 이전 작품에서 굳어졌던 ‘바람둥이’ 이미지도 많이 벗었고요.”
이번 ‘낭랑 18세’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안동 권씨 집안의 종손이자 엘리트 검사인 ‘혁준’이다. 혁준은 부모의 뜻에 따라 파평 윤씨 집안의 손녀인 날라리 여고생 ‘정숙’(한지혜)과 결혼한다. 결혼한 뒤에야 싹트는 두 사람의 사랑은 아기자기하고 코믹하게 그려진다. 이 가운데 현대사회에서 종손으로 사는 것에 대한 혁준의 진지한 고민이 가미된다.
김명욱 PD는 이동건에 대해 “귀공자 풍 얼굴이 종손처럼 보이는 데다 문중제사 때 입는 도포(道袍)도 양복처럼 잘 어울리더라”고 말했다.
이동건은 “한복은 아기 때 입어본 이후 처음 입어봤는데 못 봐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며 쑥스러워했다. 그는 종손의 몸가짐을 익히기 위해 ‘명문 종가를 찾아서’(2002년·컬처라인)의 저자 이연자씨로부터 예절수업을 받기도 했다.
그는 “나중에 동네깡패나 정신병자 같은 개성 있는 ‘비주류’ 캐릭터도 연기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낭랑 18세’ 1, 2부는 19일 오후 8시 50분 연속 방영된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