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셰 카차브 이스라엘 대통령은 13일 아랍어 위성방송 알 자지라와의 회견에서 시리아에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장소에 구애받지 말고 평화회담을 재개하자”고 제의했다.
이번 제의는 하루 전 카차브 대통령이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예루살렘을 방문해 달라고 초청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AFP통신은 이번 제의가 1977년 안와르 사다트 당시 이집트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을 상기시킨다고 전했다. 2년 뒤인 79년 이집트는 아랍국가로는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알아사드 대통령의 대화재개 제의로 시작된 양국의 평화협상 논의가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대화재개 조건을 놓고 양측의 이견이 큰 데다 자존심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카차브 대통령의 방문초청에 대해 시리아측은 “진지함이 결여됐다”며 즉각 거부했다.
그러나 시리아가 대화재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 자체가 큰 변화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이 군사 경제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2의 이라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것.
이스라엘은 67년 3차 중동전쟁 때 시리아 영토였던 골란고원을 점령했다. 이후 양측은 96년부터 협상을 벌여 이스라엘이 골란고원에서 철수하는 데 거의 합의했으나 시리아가 골란고원 전체 반환을 요구하면서 2000년 1월 협상이 결렬됐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