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닐 전 미국 재무장관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론 서스킨드 전 월스트리트저널 기자가 쓴 책 ‘충성의 대가’.
폴 오닐 전 미국 재무장관이 자신의 상관이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적나라하게 비판해 화제를 모은 책 ‘충성의 대가’가 13일 시중에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론 서스킨드 전 월스트리트저널 기자가 오닐 전 장관을 인터뷰해 쓴 이 책의 내용 일부를 13일 소개했다. 다음은 오닐 전 장관이 전한 부시 대통령의 면면.
2001년 1월 재무장관으로 임명돼 대통령과 첫 공식 면담을 가진 날 부시 대통령은 신임 재무장관보다는 주방에 주문한 치즈버거에 더 관심을 보였다. 부시 대통령은 면담 도중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을 불러 “당신은 비서실장이야. 시켜놓은 치즈버거를 좀 빨리 갖다 주겠어?”라고 말했고 순간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카드 실장은 즉시 치즈버거를 가져 왔다.
부시 대통령은 면담 뒤 나에게 ‘파블로’라는 별명을 지어줬고, 나중에는 ‘빅 오’(Big O·속어로 아편이란 뜻이 있음)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제 이름을 지어줬으니 쓰도록 하라”는 ‘깡패 같은 방법(bully technique)’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자세한 보고서를 읽기 싫어했고 잘 이해하지 못했으며, 모든 정책은 딕 체니 부통령이 결정하거나 조정했다. 칼 로브 정치고문과 캐런 휴스 전 공보수석,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등 ‘친위부대’는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물리쳤다. 각료회의 역시 대부분 결론이 정해진 상태에서 진행됐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 필요 이상으로 집착했다.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린 2001년 1월 30일 부시 대통령은 최대 현안이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뒷전으로 미룬 채 이라크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 주지사 시절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의 만남을 회상하면서 “함께 비행기를 타고 팔레스타인 난민촌 상공을 지나갔는데, 정말이지 무척이나 나빠 보이더군. 우리가 거기서 무얼 더 하겠어?”라며 “손을 뗄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미국이 중재하지 않으면 유혈사태가 우려된다”고 말하자 부시 대통령은 어깨를 으쓱하며 “어쩌면 그게 최선인지 모르지”라고 답했다.
이 책이 나오자 미 재무부는 오닐 전 장관이 정부 기밀문서를 빼돌린 경위를 조사하라고 감찰실에 지시했다. 하지만 오닐 전 장관은 “책 집필을 돕기 위해 재무부 고위관리에게 내가 가져가도 되는 문서만 보여 달라고 했다”며 “기밀로 분류된 서류는 없다”고 주장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