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만두 비슷한 파스티야와 전통식기 ‘타진’에 담겨 나오는 해산물 조림을 맛보고 있는 누리아 알르주 하킴.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남편이 외교관이다 보니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외국에서 고국 모로코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곳을 만났을 때의 그 반가움과 놀라움은 그 무엇에도 비교하기 어렵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의 ‘모로칸 펀 펍 시로코’(02-450-4567)는 모로코의 맛과 멋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다. 식당이라기보다는 한국식 호프집이나 바에 가깝다. ‘알코바’라고 부르는 아치 모양의 문틀 모양이나, 청록색 황금색 붉은색 등이 뒤섞인 인테리어의 색감과 향신료의 향 등은 고향에 온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남편과 함께 자주 들르는 이곳은 대사관보다 더 많은 고향의 음식 재료를 구비하고 있다. 한국의 밥과 같은 쿠스쿠스는 전통의 맛과 방식 그대로 세몰리나(거친 밀가루의 일종)를 쪄서 만들었다. 고슬고슬한 떡고물 같은 쿠스쿠스와 양고기 코트반(꼬치구이의 일종)을 함께 손으로 주물러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외국 유학시절 고향에 계신 어머님께 국제전화를 걸어 배웠던 추억이 되살아난다.
전채요리로 나오는 파스티야는 한국의 군만두나 중국의 딤섬과 비슷하다. 닭고기에 아몬드와 향신료의 일종인 샤프란 등을 버무려 필로파스타라는 얇은 밀전병에 싸서 튀기는 것인데 전통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모로코에서는 비둘기고기가 들어가면 최고급 음식에 속하고 파티 규모에 따라 그 크기도 달라진다.
여러 요리 중에서도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타진’에 담겨 나오는 조림음식이다.
타진은 전통 조리기구로 원추형 모양의 뚜껑을 가진 도자기다. 원래는 이 그릇에 바로 열을 가해 조리해 내놓는 전골용 냄비 같은 것이지만 한국에서는 그냥 조리된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으로만 사용한다니 아쉽다.
해산물이나 여러 육류를 토마토 양파 피망 메주콩 등 7가지 야채로 된 양념소스와 함께 조리고 샤프란과 코리언더 향을 곁들이면 고향의 맛을 그대로 맛볼 수 있다.
누리아 알르주 하킴 모로코 대사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