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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의 영화파일]'내사랑 싸가지' 하지원

입력 | 2004-01-15 17:11:00

사진제공 래핑보아


앳된 용모 탓에 늘 신인 같지만 하지원의 연기경력은 한국식으로 따지면 벌써 6년차다. 1999년 영화 데뷔작 ‘진실게임’을 비롯해 TV 드라마 ‘다모’, 이번에 개봉하는 ‘내 사랑 싸가지’에 이르기까지 장르도 다양하게 섭렵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에겐 여전히 하이틴 스타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건 그를 둘러싼 영화 비즈니스적 환경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화의 주 소비층은 청소년들과 20대 초반의 젊은층이고 하지원의 그 같은 이미지가 시장에서 당분간은 ‘크게 먹힐 것’이라고 생각하는 제작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햇님의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한 ‘내 사랑…’의 여고생 강하영 역은 하지원의 이 같은 이미지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영화는 고급 승용차에 흠집을 냈다는 이유로 300만원을 물어주는 대신 100일 동안 노비 신세가 되는 말괄량이 고3 여학생의 좌충우돌 연애담을 따라간다. 100일간의 노비계약이라는 설정 그대로 영화 속에서는 이 여고생을 둘러싸고 갖가지 엽기담, 진기명기가 펼쳐진다.

국내 청춘영화의 계보는 어찌 보면 곽재용 감독의 ‘엽기적인 그녀’와 김경형 감독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새롭게 짜여졌다. ‘내 사랑…’은 바로 이 흐름을 이어가는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하지원은 두 영화의 여주인공인 전지현과 김하늘에 이어 다시 한 번 온몸으로 망가지는 연기를 선보인다. ‘엽기적인 그녀’ 등의 캐릭터와 다른 것이 있다면 하지원이 교복을 입고 있다는 점뿐이다.

하지원은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 보니 스타가 된 경우는 아니다. 그보다는 한발 한발, 차곡차곡 경력과 인기를 쌓아나간 스타일에 속한다. 그의 출연작 가운데 연기력이 가장 돋보였던 작품은 ‘진실게임’이었다. 다음 작품 ‘동감’에서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반면 ‘가위’와 ‘폰’은 그가 비로소 주연급 연기자로 제몫을 할 수 있음을 보여 준 작품이다. 이후 ‘색즉시공’의 빅 히트로 하지원은 관객을 모으는 이른바 ‘티켓 파워’를 크게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어 TV 드라마 ‘다모’ 시리즈는 그를 톱스타 대열에 합류시키는 데 한 몫 했다.

그러나 영화를 고르는 ‘선구안’에 있어선 톱스타답지 않은 면도 보여준다. ‘하고 싶은 것’ ‘재미있는 것’에 치중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신작 ‘내 사랑…’도 그렇다. 그 자신이 영화를 좀 더 ‘즐기고’ 싶은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늘 밝고 경쾌하다. 하지원이 그렇다. ‘내 사랑…’이 오랜만에 깔깔대며 즐기기에 충분한 청춘영화인 이유는 그 때문이다. 1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평론가 ohdjin@nkin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