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서울 중구 오장동의 중부시장. 설을 앞두고 시장을 찾은 주부들이 굴비를 고르고 있다. -권주훈기자
동네마다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이 있는 시대지만 역시 ‘장보는 맛’을 느끼려면 재래시장을 찾는 게 제격이다.
다음 주로 다가온 설을 앞두고 제수용품이나 선물 마련이 걱정된다면 이번 주말에 가족과 함께 재래시장을 찾아보자.
“밑지고 판다”고 주장하는 상인들과 “차비는 빼 달라”며 흥정하는 재미, 가족끼리 시장에서 파는 족발 순대 등 간식거리를 사먹으며 나들이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울에는 모두 312개의 재래시장이 있으며 관악구와 중구가 각각 24곳, 23곳으로 제일 많다. 재래시장이 없을 것 같아 보이는 강남구에도 논현동의 영동시장 등 12곳이나 있다.
▽“집어먹는 맛에 오죠”=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주변의 중구 오장동 중부시장은 건어물 시장으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 2만5000여평에 1000곳이 넘는 점포가 있다.
14일 오후에 찾은 중부시장에는 설을 준비하는 주부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상인연합회 김정안 회장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광우병 파동 등으로 육류소비가 줄어들면서 건어물을 많이 찾는 것 같다”며 “한 두름에 10만∼15만원하는 중국산 굴비가 가장 잘 나간다”고 소개했다. 설 선물로는 2만∼3만원 하는 김이나 멸치 선물세트도 좋다. 가격도 저렴한 데다 받는 사람의 건강을 생각하는 정성이 깃든 선물이 된다.
어떤 품목이든 백화점보다 30% 정도 싸다. 백화점이나 할인점도 중부시장에서 물건을 가져다 들여 놓는 경우가 많아 품질을 믿을 수 있고 옛날과는 달리 원산지 표시도 돼 있다.
중부시장 10년 단골이라는 주부 전숙임씨(52·서울 중구 신당동)는 “이곳저곳 둘러보며 땅콩 몇 알, 김 한 장씩 집어먹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정(情)이 있어 재래시장이 좋다”며 “선물로 쓸 멸치 몇 상자 사고 뜨끈한 팥죽 한 그릇 먹고 가야겠다”고 말했다.
▽“무료로 진맥 받고 약도 짓고”=지하철 1호선 제기역 주변 동대문구 제기동의 서울 약령시(藥令市). 흔히 경동시장으로 알고 있는 이곳은 7만여평에 900여곳의 한약 도매업체와 한의원이 밀집해 있어 전국 한약재의 70% 이상이 유통된다.
설을 맞아 부모님께 드릴 한약재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몰리는 편. 최근의 인기 품목은 피로회복에 좋다는 십전대보탕과 헛개나무 열매. 십전대보탕은 10만원 정도(1개월 분량), 차로 달여 먹는 헛개나무 열매는 6만원 정도(1근)에 살 수 있어 다른 곳보다 20∼50% 저렴하다.
환절기 때 기관지에 좋다는 살구씨나 약도라지, 오미자 구기자 토사자 사상자 복분자 등 ‘부부생활’에 좋다고 소문난 약재도 잘 팔린다.
한약상과 한의원이 함께 있어 무료로 진맥 등 건강검진을 받은 뒤 체질에 맞는 약을 지을 수 있다. 4∼5시간이면 바로 약을 받을 수 있고 전국 어디라도 택배로 보내준다.
동명건재약업사의 황해주 부장은 “저항력이 약한 어린이들은 약이 좋다고 무조건 이로운 것은 아니니 꼭 진맥을 받고 체질에 맞게 약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보호센터(02-969-4793)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정식 가게에서 산 한약에 문제가 있으면 문의할 수 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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