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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정]"아빠, 돈벌기 힘드네요"…어린이 경제교육캠프

입력 | 2004-01-15 18:05:00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의 ‘어린이 MBA 캠프’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원어민 교사와 함께 컬러찰흙으로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게임을 하며 경제원리를 배우고 있다. -김미옥기자


가난한 아빠: “돈을 좋아하는 것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장을 구해야지. 돈은 안전하게 사용하고 위험은 피해라.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란다.”

부자 아빠: “돈이 부족한 것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회사를 차려야지. 투자할 때는 위험을 관리하는 법을 배워라. 돈을 제대로 아는 것이 힘이거든.”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 나오는 두 아버지의 가르침이다. 부모의 경제교육에 따라 돈에 대한 아이의 인식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모들이 점점 많아져서일까. 최근 어린이를 위한 경제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신설됐다. 13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어린이 MBA’도 그중 하나다.

▽생산은 경제의 시작=“바지와 티셔츠를 만들고 있어요. 부츠와 모자까지 세트로 팔면 더 비싸게 팔 수 있을 거예요.” (이화초교 3학년 김승용군)

“지금 가진 돈이 얼마 없어요. 오늘은 물건을 사기보다 되도록 많이 팔려고 해요.” (학현초교 2학년 신가영양)

초등학생 10명이 찰흙으로 부지런히 제품을 만들고 있었다. 바지에 하트 모양의 무늬를 넣고, 목도리에 푸른색 줄무늬를 붙이고, 물건에 정성을 쏟는 폼이 영락없는 ‘꼬마 기술자’다.

이들은 호텔이 주최한 4박5일 겨울캠프에 참가한 학생들. 호텔측은 캠프 기간에 경제 지식뿐 아니라 미술사, 골프, 에티켓 등도 가르친다. 모든 프로그램은 영어와 우리말을 섞어 진행한다.

▽판매는 경매를 통해=찰흙 제품을 다 만들자 곧 경매가 열렸다. 모든 제품은 1달러부터 경매가 시작됐고, 아이들은 이미 게임용 돈을 25달러씩 지급 받은 상태였다.

처음 경매에 부쳐진 상품은 바지와 티셔츠 세트. 부츠와 모자는 덤으로 준다. 한 학생이 4달러를 내놓았고, 이어 7달러도 나왔다. 결국 제품은 10달러에 팔렸다. 10달러를 손에 쥔 승용군은 5달러를 친구에게 주며 “둘이서 동업을 한 덕분에 짧은 시간에 많은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승용군이 모은 돈은 67달러. 찰흙으로 번 돈을 다음날 부동산 게임에 쓰겠단다.

반면 경매 초반에 돈을 다 사용해버린 학생도 있었다. 특히 저학년일수록 그러한 경향은 강했다.

▽경제 공부는 생활 속에서=이번 MBA 교육을 주도했던 김신한 한국외국어대 교수(영어교육학과)는 생활 속 경제교육을 강조했다.

“어린 아이들은 돈이 공짜로 생기는 줄 알아요. 착한 행동을 했을 때 대가로 돈을 줘 돈의 가치를 일깨워야 합니다. 그런 만큼 평소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죠.”

김 교수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돈 대신 스티커 등을 상금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초등학교 2, 3학년이 되면 돈으로 바꿔 돈의 개념을 알게 해주라는 것.

용돈은 일정한 액수를 정기적으로 주는 게 좋다. 그래야 아이들이 예산을 짜 돈을 아껴가며 사용한다.

아이들이 다음 경제 수업에서 배울 내용은 ‘마케팅’. 찰흙으로 햄버거를 만들어 홍보, 할인, 제휴 등 다양한 판촉 마케팅을 벌인다고 한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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