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신랑의 환호.’ 한국올림픽대표팀 최태욱이 15일 파라과이와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뒤 기뻐하고 있다. 최태욱은 최근 결혼한 새 신랑이기도 하다. 도하=연합
“자기야! 생일 선물 괜찮았어?”
결혼은 남자를 성숙하게 만드는 묘약인가. 지난해 말 결혼한 ‘새신랑’ 최태욱(23·안양 LG)이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15일 카타르 도하 알 에테하드스타디움에서 열린 제3회 카타르도요타컵 23세이하친선대회 파라과이전. 최태욱은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과시하며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벼 해트트릭을 기록, 한국의 5-0 대승을 주도했다.
최태욱은 전반 인저리타임 때 김두현(수원 삼성)의 스루패스를 받아 골문을 열어젖힌데 이어 후반 8분과 16분 잇따라 골을 작렬, 한국축구가 사상 처음 파라과이를 꺾는 선봉에 섰다. 그동안 오른쪽 날개나 윙백으로 출전했던 최태욱은 이날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변신에 성공해 확실한 ‘멀티 플레이어’임을 보여줬다.
최태욱은 청소년대표와 국가대표, 올림픽대표 등을 두루 거쳤지만 확실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해 주전보다는 교체멤버로 맴돌았다. 때문에 비슷한 실력이지만 강력한 카리스마로 그라운드를 휘저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소시에다드에 진출한 부평고 동기생 이천수(23)에 늘 뒤처졌다.
그러나 결혼이 그를 바꿔 놓았다. 김호곤 감독은 “태욱이가 결혼하더니 훨씬 적극적이 됐다. 훈련에 임하는 자세에도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평가한다. 결혼한 후 정신적으로 한층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소극적인 플레이에서 저돌적인 플레이로 바뀌었다는 것. 특히 이날은 지난달 백년가약을 맺은 아내 정혜령씨의 생일이었다.
최태욱은 “아내에게 좋은 생일 선물을 안겨줘 너무 기쁘다. 최전방이든 측면이든 어느 위치에서나 최선을 다하겠다. 여세를 몰아 아테네올림픽에 나가고 유럽에도 진출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팀은 16일 밤12시 스위스와 2차전을 갖는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