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속담이 있다.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공개 제도를 지켜보면서 생각나는 말이다. 사실 형사제도 중 신상공개만큼 국민의 주목을 받는 것도 많지 않다.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의 신상을 또다시 공개하는 것이 옳으냐의 논쟁에 이어 최근에는 공개되는 신상정보에 얼굴 사진을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발본색원해야 할 범죄이며, 이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가해자의 인권은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맞는 이야기다. 가해자의 신상정보가 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줄일 수 있다면 공개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신상공개 제도가 도입된 지 3년 가까이 지난 이 시점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신상정보 공개가 그런 효과를 거두었느냐는 것이다. 성범죄자의 신상공개 결과 청소년 대상 성범죄가 줄었을까. 불행히도 결과는 정반대다. 청소년보호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성매수 범죄의 가장 큰 특징은 양과 질 모두 악화 추세라는 점’이라고 한다.
현행 신상공개 제도는 제공되는 정보가 이름, 나이, 직업과 범죄사실 요지에 불과하다. 주소는 확정된 판결문에 기재된 것을 기준으로 시군구까지다. 잠재적인 피해자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을 만큼 정보가 충분하지 못하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신상공개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상황이 악화되자 시급한 대책으로 소위 ‘티켓다방’의 업주를 중심으로 성매매 알선범 등 고위험군의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얼굴을 포함한 상세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또 한번 국민적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정작 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은 ‘티켓다방’ 업주가 자기 얼굴이 공개된다고 해서 그런 범죄 행위를 멈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인간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상습적인 성매매 알선범이나 성폭행범에게는 신상공개로 수치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이 제도의 취지가 먹혀들기 힘들다. 이들에게는 오히려 징역형이 더 유효한 수단일 것이다.
신상공개 제도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신상공개를 처벌의 하나로 과감하게 인정하고, 법관의 재판을 통해 공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그 대상도 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한정하지 말고 다른 파렴치범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 지금처럼 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한해서 재판이 다 끝난 뒤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는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의 침해, 이중처벌, 평등권 위반 등의 시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상습적인 성매매 알선범이나 성폭행범 등 사회에 위해가 되는 고위험군 범죄자에 대해서는 평생토록 자기의 현주소를 등록하도록 해서 법집행기관이 그들의 동태를 항상 파악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갖추는 방안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이러한 체계가 갖춰질 때 비로소 그 사람에 대한 신상정보를 인근 주민들이 공유하는 것이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문재완 단국대 교수·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