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한흠 목사가 ‘이성적 목회’를 했다면 오정현 목사는 ‘열정적 목회’를 한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일방적인 설교만 하는 예배가 아니라 모든 교인이 참여하는 ‘살아 있는 예배’를 드리고 싶다고 말한다. -이훈구기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랑의 교회’ 오정현 담임목사(48)의 얼굴은 지난해 9월 한국에 올 때보다 많이 야위었다. 지난 5개월간의 소감을 묻자 그는 “마치 개척교회를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년보다 5년 일찍 퇴임한 옥한흠 목사(66)에 이어 교인 2만명의 ‘사랑의 교회’를 맡은 오 목사는 14일 공식 취임식을 가졌다. 그러나 그는 지난 5개월간 옥 목사를 대신해 사실상 ‘사랑의 교회’를 이끌어 왔다.
한국 개신교계에서 ‘사랑의 교회’는 일부 대형교회가 담임목사 세습이나 문어발 확장으로 말썽을 빚은 것과는 달리 깔끔한 담임목사 교체와 건강한 대내외 활동으로 ‘대형교회의 모범’으로 꼽힌다. 그래서 이 교회를 새로 맡은 오 목사에게 교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가 부임하자마자 시작한 40일간의 새벽기도에서 교인들이 8000여명까지 나오는 등 화제를 불렀다. 교인들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제가 전에 시무하던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가주교회’에서 새벽기도를 강조하긴 했지만 이곳에선 1∼2년 뒤에나 시작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9월 1일 새벽기도를 잠시 주관했는데 이틀 뒤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일주일 만에 300명에서 3000명으로 늘어났어요. ‘이건 하나님의 명령이다’ 싶어 9월 8일부터 ‘특별새벽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계획한 것은 아니었죠.”
매일 오전 4시15분부터 3시간 넘게 기도를 인도한 그는 특별새벽기도가 끝나고 한 번 쓰러지기도 했다.
오 목사는 4월 부활절부터 ‘한국교회여, 일어나라(Arise, Korea church)’ 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그는 교회가 일반인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손가락질 받는 일이 많아진 것은 한국교회의 위기이며 교회가 지금 회개하고 갱신하지 못하면 영영 기회를 얻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교회가 도덕적 주도권을 회복해야 합니다. 사회의 부정부패나 타락한 문화를 막으려면 종교가 제 역할을 해야 하지요. 기독교인부터 기득권을 버리고 사회의 변화를 유도해야 합니다. 교회는 이제 성장이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기득권을 버리기 위해선 대중교통 이용, 길거리 청소와 같이 사소한 일부터 시작해 교회 역할의 본령인 봉사와 구제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것.
“대형교회가 거둬들이는 것에 비해 베푸는 것에 인색한 편입니다. 사랑의 쌀 나누기, 소년소녀가장 돕기 등을 통해 지난해 하반기 우리 교회가 사회 구제에 쓴 돈이 37억원가량 됩니다. 하지만 이것도 부족해요. 올핸 호스피스 및 장애인 사역 등에도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일요일 6차례 설교를 하는 그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토요일 오후부터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칩거하면서 설교 준비를 한다.
“목사가 스스로 돌아볼 시간을 갖지 못하면 설교의 농도가 떨어집니다.”
그는 앞으로 ‘사랑의 교회’가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건강한 교회의 모델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희생하는 길, 하나를 주고 또 더 주어야 한다는 기독교 윤리를 구현하는 교회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