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시장경제 개혁 이후 미국 달러에 대한 높은 의존으로 일관해온 러시아가 최근 달러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간 이즈베스티야 등 러시아 언론은 14일 “최근 들어 러시아 역내로의 신규 달러 유입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MDM은행의 바실리 자블로츠키 투자부 차장은 “최근 11개월 동안 달러 수요가 줄면서 달러 매입이 계속 감소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최대 수출품인 원유의 국제가격이 4년째 고공 행진을 계속하면서 전에 없는 호황으로 루블화 가치가 안정된 데다 전 세계적인 달러 약세 추세 속에서 유로로 대신 결제하려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달러당 30루블 안팎이던 환율은 현재 28루블 선으로 루블화 가치가 올라갔다.
여기에 러시아 중앙은행은 내년에 5000루블짜리 고액권을 발행해 러시아에서 수요가 많은 100달러 지폐를 대체할 계획이어서 달러 수요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6300억달러 규모의 달러 현찰 중 400억∼800억달러가 러시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로 러시아 경제는 달러의 영향을 크게 받아왔다. 물건값이 달러로 표시되는 것은 물론이고 일상적인 거래와 소비에서도 루블 대신 달러가 사용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가경제가 ‘달러화’됐다는 비판과 우려가 적지 않았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