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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교실][문학예술]'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신화'

입력 | 2004-01-16 17:18:00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신화/서정오 지음 /254쪽 1만2000원 현암사

국어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신화를 읽었다. 아이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주인공 중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신의 이야기를 발표했다. 어른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가 건축과 그림, 조각의 밑그림으로 서양문화의 뿌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또 인간의 보편적인 소망과 꿈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상상력의 원천이라는 점을 들어 신화 읽기를 권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이야기’로서 신화 읽기에 빠져든다.

신화를 읽다보면 동서양의 인간들이 무척이나 가깝게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보편적인 인류로서의 우리를 돌아보는 신화 읽기는 그래서 소중하다. 다만 신화의 바다를 누비는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네 삶에서 빚은 우리 신화도 함께 읽기를 바랐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권할 만큼 재미나게 풀어쓴 우리 신화 책을 찾기가 어려웠다. 시중에 나와 있는 ‘삼국유사’만 해도 내가 가르치는 중학생들이 소화하기에는 딱딱한 문어체여서 끝까지 읽는 아이가 드물었다. 이때 만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신화’는 읽는 재미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우리 민족의 일상 곳곳에 배어있는 신화의 자취를 쉽고도 구성진 가락으로 노래한 책이었다.

이 책은 우리 신화 중에서 구전신화만을 엮은 것이다. 제의성(祭儀性)을 갖춘 음악적 요소보다는 재미나게 읽을 이야기 중심으로 신화를 모으고 다듬고 보탠 것이다.

대별왕과 소별왕을 통해서 다시 들여다 본 저승 이승처럼 싸움 좋아하는 사람, 남을 잘 속이는 사람, 남의 것을 빼앗는 사람, 까닭 없이 남을 해코지하는 사람이 없다. 법이 맑고 다스림이 반듯하여, 나쁜 사람이 착한 사람을 해치는 일 따위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저승사자도 대접을 잘하고 정에 호소하면 명부를 고쳐줄 만큼 어수룩하고 인간적인 모습이다. 손님으로 방문한 마마는 주어진 액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병을 앓게 되는 사람과 밀고 당기는 모습이다. 옥황상제부터 염라대왕까지, 일월신과 수명신과 객귀(客鬼)에서부터 조왕신, 삼신, 액막이신까지 우리네 삶의 갈피에 풍부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이야기의 전통이 그대로 살아있다.

겨울방학이다. 진짜로 재미있는 책을 찾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과학과 문명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인간 너머의 세상을 그렸던 우리 민족의 삶과 꿈, 선한 품성을 책을 읽으며 느끼기 바란다.

조심스럽게 몸가짐을 돌아보고, 소망을 담아서 간절히 빌어보는 것도 좋겠다.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우리를 돌봐주고 있는 수많은 신(神)들이 있으니까. 착하게 살다가 마침내 신화의 영역으로 걸어 들어간 옛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신화가 결국은 모둠살이의 꿈’이라는 구절을 되새겨 볼 법하다.

서미선 서울 구룡중 국어교사·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 모임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