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바로 한국배구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진 김세진(왼쪽)과 박철우의 마음이 아닐까. 전남 목포 앞바다를 배경으로 자리를 함께 한 이들은 침체된 남자배구를 끌어올리는 데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 목포=김상호기자
“철우는 앞으로 큰일을 낼 선수예요.”(삼성화재 김세진)
“제 우상이 김세진 선배님입니다.”(현대캐피탈 박철우)
서로 입이라도 맞춘 것일까. KT&G V투어2004배구 목포(2차)투어가 한창이던 9일 다도해의 그림 같은 해변에서 만난 ‘월드스타’ 김세진(31)과 ‘겁 없는 신인’ 박철우(19)는 서로를 칭찬하기에 바빴다.
두 사람의 나이차는 무려 12년. 세대차가 나도 한참 날 터울이지만 띠동갑(소띠)이라는 공통점이 서로를 끌리게 했나보다. 마주앉은 게 처음인데도 10년 지기처럼 스스럼이 없다.
80년대 스타 장윤창 이후 10년이 넘도록 한국남자배구 오른쪽 공격의 맥을 잇고 있는 ‘터줏대감’ 김세진 입장에선 박철우가 자신의 입지를 위협하는 무서운 신인.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뒤를 이을 후계자를 꼽아 달라’고 하자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망설임도 없이 박철우를 꼽았다.
“내가 저 나이에 저만큼 했던가 생각해 볼만큼 대단한 선수예요. 같은 나이였다면 위압감을 느꼈을 겁니다.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대형 선수예요.” 말로만 하기가 부족했을까. 김세진은 대선배의 칭찬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박철우의 머리를 감싸 안으며 대견스럽다는 듯 어깨를 두드렸다.
김세진과 박철우는 왼손잡이 오른쪽 공격수로 스타일도 비슷하다. 박철우(1m98)보다 키가 2cm가 더 큰 김세진은 박철우를 “타고난 공격수”라고 했다. 공격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점프 뒤 직선타와 대각선타를 때릴 때 똑같은 자세로 때릴 수 있느냐는 것. 방향에 따라 자세가 다를 경우 상대 블로커들이 금방 눈치 채지만 같은 폼으로 때리면 예측하기가 어렵다. 김세진은 “철우는 어린 나이에 자세를 완벽하게 익혔다. 훈련도 중요하지만 바탕이 돼 있지 않으면 어려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고칠 점도 있다. 김세진은 “왼손잡이 선수들은 대부분 몸을 반듯이 세워 때리는 경우가 드물다. 몸을 펴야 위력이 배가 된다”고 충고했다. 게다가 박철우는 스텝이 빠르지 않은 탓에 공격 템포가 약간 늘어져 체력 보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
대선배의 지적에 박철우는 머리를 조아렸다.
“부족한 후배를 높이 평가해줘서 너무 감사합니다. 항상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목포=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김세진이 박철우에게▼
철우야, 후배님! 환영합니다.
갑자기 웬 존댓말이냐고? 그만큼 배구가 처한 상황이 안타깝기 때문이야. 너도 알다시피 배구는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누가 거들떠보기나 하니.
다행히 올해부터 선후배들이 한번 해보자고 다시 뭉쳤고 마침 너 같은 대형 선수가 등장해 힘을 보태니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내가 벌써 은퇴를 생각해야 할 나이라는 게 안타깝지만 코트에서 쓰러질 때까지 힘을 합쳐 배구를 살려보자꾸나.
다시 봐도 넌 참 대단해. 내가 네 나이였을 때 대학 초년생으로 감히 실업무대에서 선배들과 겨룬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는데 넌 두려움도 없이 잘 하더구나. 그런 자신감을 평생 간직하기 바란다.
그리고 꿈을 크게 가져라. 국내만 생각하지 말고 이탈리아 등 선진 무대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너도 알거야.
사랑하는 후배님! 제발 다치지 말고 부디 한국 배구를 다시 일으키기 바랍니다. 세진이.
▼박철우는 누구▼
△생년월일=1985년 7월 25일 생
△가족관계=박정선(52), 윤기숙씨(50)의 1남2녀 중 셋째
△출신학교=대구 본리초등-경북사대부중-경북사대부고 졸업 예정(2004년 2월)
△현 소속팀=현대캐피탈
△포지션=라이트
△체격조건=1m98, 86kg
△배구 시작=중 1때(당시 키가 1m88)
△취미=소설읽기, 컴퓨터게임
△별명=헐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