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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펴고 삽시다]허리디스크 수술 권하는 사회

입력 | 2004-01-18 17:24:00


요즈음 신문, TV, 인터넷 등을 통해 허리디스크에 대한 의학정보를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 허리디스크병의 전성시대라고도 할 만하다.

한약, 허리보조기구, 디스크수술 등 수 많은 분야에서 새 치료법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환자들은 질병에 의한 갈등보다도 너무 많은 의학정보 때문에 더욱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상의사로서 허리디스크 환자에게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허리디스크인데 수술을 꼭 해야 하나요”라는 것이다.

문제는 넘쳐나는 의학정보가 허리디스크에 대한 수술을 너무 가볍고 쉽게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어느 한 방법이 완벽하다면 이렇게 많은 종류의 치료방법이 소개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잘 나아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도 많지만 수술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 계속 힘들어 하는 환자 또한 적지 않다.

결과가 좋은 환자는 수술을 권유할 것이고 좋지 않은 환자는 만류할 것이다.

즉 수술을 해서 좋은 환자가 있고 수술이 필요치 않은 환자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허리디스크 수술이 급격히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한 가지로 딱 꼬집어 얘기할 수는 없다. 좋은 진단 방법으로 인해 진단이 확실해졌고 간단한 수술방법이 많이 개발됐다. 이와 더불어 한국사람 특유의 충동성과 조급성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치료보다는 수술로써 조속한 결과를 원하는 경향도 수술의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여기에다 매스컴의 홍보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1∼2개월간의 여러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느낀다든가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촬영 소견에서 심한 디스크 돌출이나 파열 소견이 나타낼 때는 수술을 권할 만하다.

또 요통이 있으면서 소변을 보기가 힘들다든지, 다리에 마비가 진행될 경우에는 거의 응급수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디스크 환자 중 10% 미만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신체의 적응 시스템에 의해 자연적으로 낫는다. 여기에다 무리하게 칼을 대거나 레이저를 쏘면 오히려 병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수술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허리디스크 환자가 적절한 수술로 정상생활을 회복하는 경우가 많지만 어느 치료법이든지 한계가 있고 나름대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반면 반드시 수술해야 될 환자가 검증되지 않은 약물이나 보조기구 또는 주사치료 등에 매달리다가 몸을 망치는 경우 또한 적지 않다. 따라서 디스크 환자는 반드시 전문의와 의논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에게서 일단 수술을 권유받으면 다른 한 두 명의 전문의에게 의뢰해 이차적 의견(Second opinion)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성훈(한양대 병원 신경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