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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22년 뛴 코트 잊을수 없죠”…배구협 홍보위원 최천식씨

입력 | 2004-01-18 18:17:00

인천=박주일기자


80년대 말과 90년대 초반 그가 코트에 나타나면 관중석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졌다. 훤칠한 키에 탤런트 뺨치는 외모, 배구코트를 휘저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포츠 스타. 요즘 표현대라라면 ‘얼짱 스타’였다.

최천식(39·인하사대부중 교사). 그가 다시 배구코트로 돌아왔다. 지난해 8월 대한항공 감독대행을 마친 뒤 1년5개월여만이다. 새로 맡은 직함은 대한배구협회 홍보위원. 16일 인천을 찾았을 때 그는 V투어 인천투어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배구선수출신인 어머니 박춘강씨의 영향을 받아 인하사대부중 2학년 때 배구를 시작해 인하부고, 인하대, 대한항공을 거치며 22년간 넘게 코트에서 살았으니 배구를 위해 몸바치는 게 당연한 일. 그러나 우여곡절도 많았다.

#요즘엔 아줌마들에게 큰 인기.

“제가 얼짱이라구요? 아닙니다. 그냥 남자답게 생긴 거죠.”

얼짱이란 소리에 놀라 웃는 모습이 ‘코트의 귀공자’ 그대로다.

“사실 현역으로 뛸 때는 여중생과 여고생들이 많이 따라다녔습니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절 몰라요. 우리 학교에서도 ‘진짜 배구선수였어요?’라고 묻는 학생이 있습니다. 아주머니 가운데는 알아보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최근 KBS 공중파와 KBS스포츠 TV에서 해설을 하면서 다시 얼굴이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팬레터도 없고 인터넷 반응도 별로라는 것. 그만큼 배구의 인기가 떨어졌다는 얘기라며 씁쓸해한다.

#해설이 뛰는 것보다 힘들어.

“전 선수 때 카메라 기피증이 있었어요. 코트에서 일본이나 쿠바와 싸워도 주눅이 안들었는데 이상하게 카메라 앞에만 서면 긴장이 되더라구요. 그런 내가 해설을 하게 됐네요.”

그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말수가 적은 편. 그래서 해설을 맡아 배구경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무슨 말이든 해야하는 게 죽을 맛이라고. 에피소드도 많았단다.

“LG화재와 현대캐피탈전을 해설할 때였죠. LG 이수동이 교체 투입됐는데 캐스터가 불쑥 ‘저 선수는 머리색깔이 독특합니다’라고 하더라구요. 이수동의 머리색깔이 하얗잖아요. 그래서 별명이 ‘백대가리’고. 내 딴에는 팬들에게 별명을 소개해준다고 ‘백’자를 꺼냈는데 아차 싶었어요. 방송용어상 잘 맞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백두’까지 하고 끝냈습니다. 등에 진땀이 다 나더라구요.”

#실업팀엔 절대로 안 가

“2001년 11월부터 2002년 8월까지 대한항공 감독대행을 맡았을 때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말 없이 다른 감독을 영입하고 절 코치로 발령을 내더군요. 그래서 나왔습니다. 이제 학교에서 후배들을 양성하는 데만 전념할 생각입니다.”

현역에서 은퇴한 뒤 김포여객지점 탑승수속팀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을 감독대행으로 불러 놓고 9개월 만에 경질한 게 아직도 섭섭한가 보다.

“지금은 배구 감독이 아니라 체육 교사지만 감독 자리가 나면 언제든지 달려가겠습니다. 그러나 실업팀은 안 갑니다. 또 후배 자리를 뺏을 생각도 없습니다.”

그는 후배들을 지독히 아끼는 선배로 알려져 있다. 담배를 입에 댄 것도 후배 때문. 회식 자리에서 후배들이 금연파인 선배 눈치 보느라 화장실이나 밖으로 들락거리는 것을 보고 “그럴 것없이 같이 피우자”고 제의했단다. ‘코트의 의리파’가 따로 없다.

#김호철 감독의 등장은 한국 배구발전의 시작.

“한국 배구의 침체를 말할 때 많은 사람이 삼성화재의 독주 때문이라고 합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삼성화재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만큼 다른 팀들이 투자를 안했다는 얘기죠.”

그는 김호철 감독이 현대캐피탈을 맡은 게 한국 배구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강한 승부근성으로 선수들을 조련해 조만간 삼성화재에 필적할 팀을 만들 것이라는 예상. 현대캐피탈은 11일 끝난 V투어 목포투어에서 결승전까지 올랐다.

“삼성화재의 독주는 지원을 아끼지 않은 구단, 혹독하게 조련하는 코칭스태프, 그에 잘 따라주는 선수들, 이 3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입니다. 배구가 발전하려면 다른 팀들도 제2, 제3의 삼성화재가 되어야 합니다.”

인천=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키크기 유전영향 23%뿐"▼

“노력하면 키 클 수 있다.”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인천에서 성장발달클리닉인 ‘키럭 스쿨’을 운영했던 최천식씨는 “키 크는 데는 유전적인 요인이 23%밖에 되지 않는다. 영양공급과 생활습관, 적절한 운동으로 얼마든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스트레칭과 유산소운동 등으로 성장기 청소년들의 성장판에 적당한 자극을 주면 키가 훨씬 잘 큰다는 것. 지난해 3월부터 30여명을 지도한 결과 3개월에 2cm씩 컸다고.

최씨는 “키가 작아 고민하는 청소년들은 전문 크리닉을 찾으면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