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3당은 18일 청와대가 대북 비밀송금 사건 관련자 특별사면 방침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오직 총선에 ‘올인’하기 위한 정략적 술수”라고 비판했다.
특히 당초 대북 송금 특검에 강력 반대했던 민주당은 “특검 수용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햇볕정책을 짓밟은 노무현 대통령이 총선에서 민주당 지지표와 호남표를 빼앗아 보기 위해 일관성도 없이 사면 카드를 들고 나섰다”고 흥분했다.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사면 자체는 환영할 일이나 애초 잘못된 특검을 수용해 놓고 이 시기에 사면 방침을 밝힌 것은 열린우리당을 돕기 위한 총선전략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재(金聖在) 총선기획단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분들이 사면된다는 자체는 환영할 일이다”면서도 “그러나 사면을 하겠다면 먼저 대북 송금 특검이 잘못됐다는 본질적인 얘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족문제를 선거용으로 써먹으려는 것은 사면권의 남용이라는 요지였다.
한나라당도 “노 대통령이 총선을 겨냥한 정략적 속셈을 드러냈다”며 발끈했다.
홍준표(洪準杓) 전략기획위원장은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사면 운운하는 것은 헌법상 사법권 침해일 뿐만 아니라 총선을 의식한 정략적인 사면이란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는 특히 “여권이 사면 카드를 통해 총선 체제를 ‘한나라당 대 열린우리당’의 양강(兩强)구도로 굳히려는 계획”이라고 규정했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여권의 사면 방침을 강도 높게 비판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 유운영(柳云永) 대변인은 아예 “이적행위를 자행한 대북 송금 관련자들을 사면한다는 것은 결국 이적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동의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반면 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상임중앙위원은 “대북 송금 특검을 수용할 때 그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진상규명’이었다”며 “대북 송금 의혹의 실체가 정확히 밝혀진 이상 관련자들을 사면·복권하는 게 맞다고 본다. 국민적 반응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환영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