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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동업자정신 잊어버린 프로야구

입력 | 2004-01-19 18:03:00


며칠 전 모 감독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그는 박용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의 식언(食言)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박 총재가 지난해 초 감독자 회의 때 당시 김인식 두산 감독에게 “내가 있는 한 당신은 영원한 두산맨”이라고 공언했다는 것. 김인식씨의 ‘평생 감독설’은 그래서 나왔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또 두산 얘기라 미안하지만 최근 경창호 사장과의 대화를 공개한다. 그는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프로야구단의 어려운 실정을 토로하면서 “선수 노조가 생긴다면 우리 프로야구는 바로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비장해보이기까지 한 그의 표정에서 협상의 여지는 보이지 않았다. 하긴 이는 두산뿐만 아니라 8개 구단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82년 프로야구가 창설된 뒤 올 겨울만큼 시끄러웠던 스토브리그가 또 있었을까. 서울 팀의 선동렬 영입 경쟁으로 비롯된 김인식씨의 자진 사퇴와 이광환 LG 감독의 전례가 없었던 2군행, 김병현 폭행 파문, 미국행이 좌절된 이승엽의 일본행에 따른 네티즌의 비난 여론, 유지현 이상훈 김재현 삼총사와 LG 구단의 갈등까지 거의 하루도 조용히 넘어간 날이 없었다.

뉴스를 쫓는 언론으로서 바쁜 걸 마다할 수 없지만 팬의 입장에서 보면 살풀이라도 한번 해야 될 정도였다.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는 프로야구가 왜 이리 살벌한 판이 됐을까.

공자님 같은 소리지만 원인은 동업자 정신의 망각이다. 자신이 잘 되려면 상대 또한 잘돼야 한다는 게 동업자 정신의 기본. 프로야구의 양대 축인 프런트와 선수단은 물론 팬과 언론까지 모두가 한가족이라는 의식의 공유가 그 출발점이다. 그런데 동업자 정신은커녕 ‘너 죽고 나 살자’ 식이었으니 모든 게 뒤틀리고 어긋날 수밖에….

민족의 명절인 설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설엔 한번 푸근한 마음이 돼 보자. 프로야구가 살아야 내가 산다는 생각으로 매듭을 풀어보자.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