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복권 1등 당첨금 분배를 놓고 7년 동안 이어온 ‘우정’이 법정에 서게 됐다.
지난해 5월 경기 의정부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조모씨(여)에게 친구 박모씨(여)와 민모씨(여)가 병문안을 왔다. 가정주부인 이들은 7년 전 아들들이 같은 중학교에 다니면서 알게 된 사이. 조씨는 남편과 운영하던 섬유공장에 불이 난 데다 교통사고까지 당했으며 박씨도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파출부로 나선 사정을 이야기하며 “로또복권을 함께 사보자”고 뜻을 모으고 1인당 2만원어치씩 복권을 구입했다.
조씨는 남편 정씨와 병원에서 외출해 박씨 민씨와 함께 조씨 집에 모여 탁구공 45개에 1부터 45까지 번호를 매긴 뒤 탁구공을 뽑아 1인당 2만원어치(복권 10게임분)씩 번호를 정했고 그 번호대로 복권을 구입했다. 조씨부부와 박씨, 민씨 등 4명은 누구든 복권에 당첨되면 똑같이 4등분하자고 각서를 썼다.
조씨 부부와 민씨는 당첨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박씨는 복권 추첨일 이후 3일째 연락이 되지 않았다. 나흘째 되던 날 조씨는 아침 일찍 박씨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조씨는 박씨가 파출부 일을 나갔을 시간인데도 집에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캐물은 끝에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됐다”는 말을 들었다.
상금은 32억8000만원. 조씨는 “각서대로 4등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씨는 “우리가 함께 고른 번호로 산 복권이 아니라 남편이 따로 산 복권이 당첨된 것이어서 돈을 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결국 조씨 부부와 민씨는 박씨 부부를 상대로 총 22억6000만원의 약정금 청구소송을 지난해 11월 서울지법에 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두 차례 조정을 시도했지만 양측간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 사건은 19일 정식재판에 회부됐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