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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대선자금 수사 빨리 끝내길”

입력 | 2004-01-19 18:49:00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9일 낮 청와대에서 대기업 총수를 포함한 전경련 회장단 18명과 2시간가량 오찬을 하면서 일자리 창출, 노사관계, 검찰 수사 등 현안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회동에서는 여러 차례 박수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노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간의 만남은 지난해 6월 1일 ‘삼계탕 오찬’ 회동 이후 처음이다.

▽노 대통령=작년 한 해 고생 많이 하셨다.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고, 노사관계가 불안하게 느껴지고, 선거도 있지만 힘껏 협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 점심 많이 드시고 밥값도 좀 내놓고 가달라(웃음).

▽이건희(李健熙) 삼성 회장=벤츠가 한 업종으로 지난 100여년간 100조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 10년 후에 우리가 먹고살 것이 무엇인지, 1등 상품으로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게 뭔지 많은 고민을 하고 연구할 때다.

▽강신호(姜信浩) 전경련 회장=기업도 정보를 투명하게 하고, 이익을 많이 창출해서 근로자 우대를 통해 올해가 산업평화 원년이 되도록 하겠다.

▽조석래(趙錫來) 효성 회장=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나라가 한국이다. 대통령께서 FTA 반대 의원들을 불러서 설득을 한 번 더 해달라.

▽박영주(朴英珠) 이건산업 회장=아시아 3국 중 한국이 반(反)기업 정서가 가장 강하다. 이런 사회 분위기의 변화를 위해 노력해 달라.

▽현명관(玄明官) 전경련 부회장=대선이 끝날 때마다 재계가 곤혹스럽다. 물론 재계의 잘못도 크다. 죄송하다. 자괴감이 든다. 작년의 경우 SK 수사부터 1년 내내 그 방향과 결과를 보느라 재계가 노심초사했다. 수사가 조기 종결됐으면 한다. 총액출자규제 등에 특단의 배려가 필요하다. ▽구본무(具本茂) LG 회장=LG카드 사태로 대통령이나 정부에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 경기 파주시의 LG필립스 공장 허가가 난 데 대해 감사드린다. 2006년 상반기에 완공되면 2만5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노 대통령=정치인들은 질문을 해도 박수치고 답변을 해도 박수치는데 2만5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데 박수 한번 치자(박수).

▽이 회장=구본무 회장께 부탁 좀 드리겠다. 전경련 회의에 자주 나와 달라(박수).

▽노 대통령=이 기회에 섭섭한 말씀도 드리겠다. 정책이 불투명해서 투자를 못한다고 하는데 불투명한 것은 없다. 친(親)노동자 정책이라고 하면 노동자들이 화낸다. 내가 전경련에 입회하지는 않았지만, 전경련 회원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웃음과 박수). 정치인들은 기업인이 자주 보자고 하면 귀찮아한다. 그러나 자주 보자고 하면 자주 보겠다.

▽강 회장=자주 불러서 좋은 말씀 인도해달라. 동업자가 된 느낌이다(박수).

한편 전경련 회장단 중 김승연(金升淵) 한화 회장, 신동빈(辛東彬) 롯데 부회장, 이용태(李龍兌) 삼보컴퓨터 명예회장은 개인 사정과 외유를 이유로 이날 회동에 불참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