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각당 새얼굴 영입 부진]‘大魚’는 안보이고…

입력 | 2004-01-19 18:54:00


4·15 총선을 겨냥한 정치권의 영입 경쟁이 ‘소문난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각 당의 사정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어(大魚)급이 예상보다 적다는 것이 중평이다. ‘탈(脫)권위’ ‘탈지역’을 특징으로 한 4당체제의 넓어진 관문에도 불구하고 유력인사들의 발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각 정당의 영입 실패 사례=한나라당의 후보 공모 마감일인 16일. 공모자의 뚜껑을 열자 당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방송인 한선교(韓善敎·경기 용인을) 이계진(李季振·강원 원주)씨 정도가 그나마 유명세를 타고 있는 정도다. 영입을 위해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직접 나서 공을 들였던 심재륜(沈在淪) 전 부산고검장, 박원순(朴元淳)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 최열(崔冽)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끝내 명단에서 빠졌다. 박 상임이사의 경우 김문수(金文洙) 공천심사위원장은 물론 오세훈(吳世勳) 의원까지 발벗고 나섰지만 ‘NO’라는 답변만 들었다.

민주당은 지지율이 정체상태에 머물면서 영입작업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전국구 상위 순번에 영입키로 결의까지 했던 김종인(金鍾仁) 전 대통령경제수석이 입당을 거부하고, 함께 공을 들였던 박영선(朴映宣) 전 MBC 앵커마저 열린우리당을 택했다. 한 핵심인사는 이정우(李政祐) 변호사를 설득하기 위해 새벽까지 5차례나 자리를 옮기며 술을 마셨으나 결국 허사였다는 후문이다.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혼인서약까지 받았는데…”라며 “야당의 설움을 톡톡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10일 전당대회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경우. 하지만 MBC 엄기영(嚴基永) 앵커의 경우 삼고초려(三顧草廬)의 정성도 허사였다. 방송인의 사퇴 마감시한 하루 전인 14일, 몸이 단 이강철(李康哲) 외부인사영입단장이 두 번이나 만났고,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이날 밤 엄씨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집까지 찾아갔지만 “집사람이 반대한다”며 끝내 고사했다. 박선숙(朴仙淑) 전 DJ정부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의 경우 김한길 총선기획단장이 만났지만 “생각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왜 부진한가=과거에는 지역정당의 보스가 낙점해 ‘텃밭’에 심으면 당선이 보장됐다. 하지만 지역구도가 엷어지면서 위험 부담이 한층 커졌다. 유력 정당의 후보가 되는 과정도 험난하다. 당에서 영입을 해도 다른 공천후보자가 “경선하자”고 덤비면 피할 도리가 없다.

현실적인 이유도 크다. 과거에는 당이 음성적인 자금을 모아 각 후보자들에게 ‘실탄 지원’을 했지만 지금은 본인이 돈이 없으면 선거를 치를 수가 없다. 모 정당 공천을 신청한 한 인사는 “당 지도급 인사가 첫 만남에서 ‘우리 당은 돈이 없는데 선거에 쓸 비용은 있느냐’고 물어 당황했다”고 말했다.

정치에 대한 불신도 그만큼 커졌다. “정치권은 진흙탕”이라는 거부감이 확산돼 각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온 인사들의 발길이 그만큼 뜸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