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이냐, 실패한 아버지의 전철을 밟느냐.”
미국 역사상 존 애덤스(1797∼1801·제2대 대통령)와 존 퀸시 애덤스(1825∼1829·제6대 대통령) 부자(父子)에 이어 두 번째로 부자 대통령이 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번에 새로운 기록에 도전한다.
▽각종 지표는 청신호=현재까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관련기사▼
- 9·11테러후 첫 대선
전문가들은 최대 변수로 꼽히는 경제가 회복되고 있고,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체포 이후 이라크전에 대한 평가가 호전된 데 주목한다.
실제로 야당인 민주당은 경제와 이라크전을 최대 이슈로 삼으려던 전략을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역대 미 대선을 살펴봐도 부시 대통령에게 희망적이다.
우선 뚜렷한 당내 경쟁자 없이 재선에 실패한 현직 대통령이 없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리처드 닉슨,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런 경우.
반면 당내 경선을 거쳐 재선에 도전한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모두 실패했다.
부시 대통령은 집권 3년 후 직무수행 평가를 기준으로 할 때도 재선 가능성이 높게 나왔다. 지난해 말 현재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는 63%로 1971년 이후 재선에 성공한 3명의 대통령보다 높다.
▽그래도 변수는 많다=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도 2000년 선거의 재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유권자들의 성향이 거의 50 대 50으로 양극화돼 있어 접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과정에서의 실수나 사소한 악재가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경제가 급격히 악화되거나 이라크에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부시 대통령에게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만약 제2의 9·11 테러가 발생한다면 테러와의 전쟁에서 실패했다는 평가와 함께 ‘일방주의 대외정책’의 결과라는 거센 공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부시 대통령은 이민정책, 우주개발계획 같은 대형 정책을 잇달아 발표해 유권자들에게 선보일 새로운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풀뿌리 지지자와 선거자금은 걱정 없다=부시 선거운동 진영은 그래서 노조 같은 조직보다 열성 당원과 지지자에 의한 풀뿌리 선거운동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을 통한 지지자 확보와 300만명의 신규당원 등록 운동에 주력, 새로 확보한 지지자가 이미 600만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민주당 후보 경선의 틈새를 최대한 이용해 풍부한 자금과 조직으로 지지세를 넓혀가고 있다.
부시 진영은 민주당 후보가 사실상 결정되는 2, 3월을 기점으로 TV 광고 등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특히 흑인과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에게 공을 들인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선거자금은 걱정이 없는 상태.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은 지난해 말까지 1억3080만달러를 모았다. 목표액은 1억7000만∼2억달러.
기부자가 미국의 모든 주와 카운티(군)에 걸쳐 49만4000명이나 될 뿐 아니라 91%에 달하는 41만5000명은 200달러 이하의 소액 기부자여서 일반 유권자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고 공화당은 자신하고 있다.
디모인(아이오와)=권순택특파원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