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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유도부 첫 여성코치 백설희 “날 꺾으면 데이트 OK”

입력 | 2004-01-19 18:59:00

김동주기자


“유도로 나를 이기는 남학생이라면 기꺼이 데이트 신청을 받아주겠어요.”

서울대 유도부에 사상 첫 여성 훈련부장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백설희(白卨熙·20·사범대 체육교육과 2년·사진)씨.

유도부원 20명 중 홍일점인 그는 웬만한 남학생들은 간단히 한판으로 눕히는 여자 유도 고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1시간 반씩 하는 합동훈련에서 그는 기술담당 코치. 여자코치라고 만만히 보고 덤볐다가는 혼쭐이 난다. 인정사정없이 매트에 메다꽂기 때문이다. 방학인 요즘은 서초YMCA에서 매일 함께 훈련한다.

“가끔 만나자는 남학생들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나를 이기면 만나주겠다고 합니다. 실제로 겨뤄본 남학생들도 있는데 아직 한 번도 진 적은 없어요.”

백씨는 서울체고 재학 중 전국체전 금메달, 춘계중고연맹전 우승 등으로 촉망받던 ‘유도 꿈나무’. 국가대표 선발전을 눈앞에 둔 고교 3년 때 운동선수들은 공부 못한다는 편견을 깨주고 싶어서 유도를 포기하고 공부에 매달렸다. 주위의 만류도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전들 왜 국가대표가 되고 싶지 않았겠어요. 하지만 실업팀이 하나둘 해체되고 세계대회에서 메달을 따도 보장되는 것이 없는 현실에 회의가 생겼어요. 유도를 떠나는 것은 가슴 아팠지만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지요.”

뒤늦게 시작한 공부는 쉽지 않았다. 학원을 다니면서 하루 10시간 이상 공부에 몰두했다. 2001년 2학기 서울대 수시모집에 합격한 백씨는 수능에서도 2등급을 맞아 거뜬히 합격증서를 받았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세상이 넓다는 것을 처음 느꼈지요.”

그러나 백씨는 사랑했던 유도를 완전히 떠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입학하자마자 아마추어 동아리인 유도부로 달려갔다.

그의 특기는 왼쪽 허벅다리걸기. 올해엔 정식 선수로 등록해 봄에 열리는 대학연맹전 57kg급에 출전할 예정이다. 좋아하는 선수는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미정과 일본의 유도여왕 다무라 료코.

“국가대표선수의 꿈은 접었지만 유도를 좋아하는 마음은 예전과 똑같아요. 대학연맹전에서는 우선 1승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