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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종합]“아테네 가는길 1초가 아쉽다”…태극전사 태릉서 구슬땀

입력 | 2004-01-20 16:13:00

덤벨체조로 근육 담금질묵직한 역기가 이소룡의 쌍절곤처럼 현란하게 춤을 춘다. 레슬링 선수는 비트는 근육을 키우기 위해 팔을 안팎으로 꼬면서 역기를 들기 때문. 설 연휴조차 반납한 채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태극전사들의 열정이 아름답다. 김미옥기자


42.5kg. 여자 몸무게에 버금가는 아령이 리듬체조에 쓰이는 곤봉처럼 넘실넘실 춤을 춘다. 모두가 양 손에 한 개씩 들었다. 여자 2명을 동시에 든 셈이다.

레슬링 선수의 아령 들기는 특이하다. 역도처럼 곧바로 들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팔을 안에서 밖으로, 또 밖에서 안으로 한껏 꼬아서 눈 깜짝할 새에 올렸다 내린다. 상체의 비트는 힘을 키우기 위함이다. 그래서인지 여러 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아령 체조를 하면 여느 춤사위 못지않은 장관이 연출된다.

이런 그들에게 까마득히 보이는 20m 높이의 로프 타기는 일도 아니다. 체중을 지탱하느라 로프를 다리에 끼울 필요도 없다. 그저 팔 힘만 있으면 충분하다.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여자 레슬링 선수들의 몸놀림도 예사롭지 않다.

20일 태릉선수촌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장인 월계관. 세밑이지만 설 연휴를 반납한 태극전사의 훈련 열기는 뜨겁다.

영하 10도에 육박하는 강추위가 몰아친 탓에 실내에서도 입김이 하얗게 나올 정도. 그러나 상의를 벗어젖힌 선수들의 몸에선 구슬땀이 흐른다. 설이 되면 귀성해서 부모님께 세배도 드리고 애인도 만난다지만 그건 남의 일이다. 레슬링 금메달 후보인 김인섭(그레코로만형 66kg급)은 고향이 대구, 문의제(자유형 83kg급)는 대전이지만 전화로 설 인사를 대신했다. 아테네올림픽까지 앞으로 206일. 단 1초가 아쉽다.

설 연휴에도 선수촌에 남아 훈련하는 선수들은 레슬링 유도 역도 배드민턴 육상 수영 빙상 등 7종목 126명. 다른 종목 선수들도 설 다음날인 23일엔 대부분 복귀한다.

설 연휴가 끝나면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국제경기가 줄줄이 이어진다. 레슬링은 자유형 선수단이 27일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열리는 올림픽쿼터 1차대회에 출전한다. 유도는 남자가 2월 3일부터 파리와 헝가리오픈에, 여자는 2월 17일부터 함부르크오픈에 나간다. 육상 수영 빙상 등 나머지 종목도 전지훈련 등 세부 일정이 잡혀 있다.

아테네올림픽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는 태극전사들. 그들에겐 설이 없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