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돌은 한때 새였다
하늘에서 오래는 머물지 못하고
새는 제 몸무게로 떨어져
돌 속에 깊이 잠든다
풀잎에 머물던 이슬이
이내 하늘로 돌아가듯
흰구름이 이윽고 빗물 되어 돌아오듯
어두운 새의 형상
돌 속에는 지금
새가 물고 있던 한 올 지평선과 푸른 하늘이
흰구름 곁을 스치던
은빛 바람의 날개가 잠들어 있었다
-시집 '모든 돌은 한때 새였다'(시와 시학사)중에서
하물며 돌 한 개가 저럴진대 너럭바위 속에는 얼마나 많은 새떼들이 잠들어 있겠는가. 저 돌과 마찬가지로 진흙이 재료인 우리의 몸속에는 얼마나 많은 사슴과 승냥이와 종달새가 씨근펄떡 쫓고 쫓기며 푸드덕 날아오르겠는가? 이슬은 본래 하늘에 있던 것인가, 풀잎에 있던 것인가. 시작을 모르는데 어찌 ‘돌아간다’ 할 수 있을까만 수없이 왔다갔다하니 ‘돌아감’도 맞고 ‘돌아옴’도 맞겠구나.
매순간 돌에서 깃털을 보고 깃털에서 돌을 떠올릴 수 있다면, 누가 한때 새였던 돌을 던져 나는 새를 떨어뜨리겠는가. 이 세상 ‘나’ 속에 스민 ‘너’는 얼마나 기막히며, ‘너’ 속에 깃든 ‘나’는 얼마나 존귀한 존재인가. 새 한 마리가 물고 잠든 지평선과 코끼리 떼 우르르 달리는 지평선은 같은 지평선이다. 언제까지나 저 위로 모두들 돌아가고 돌아오리라.
반칠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