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기간 중 북한 핵과 관련한 여러 움직임이 있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새해 국정연설에서 ‘다자간 해결’을 강조했고, 미 상원의 북핵 문제 청문회가 열렸으며,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북한의 무기프로그램-최종보고서’를 내놨다. 미국 워싱턴에서는 한미일 고위 실무협의가 열렸다.
지난해 8월 제1차 6자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다자협상’이 다시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외신들은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이 2월 초 한국 중국 일본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아미티지 부장관은 1차 6자회담 직전에도 순방외교를 펼친 바 있다.
북핵 문제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시간은 누구 편인가’ 하는 논란도 분분하다.
최근 영변 핵 시설을 방문한 잭 프리처드 전 대북교섭 담당특사는 15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외무성 부상 김계관이 ‘시간은 우리 편이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의 핵 억지력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반면 한미일 고위 실무협의에 참석했던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시간은 북한 편?=IISS는 21일 북한이 2010년 말경 연간 5∼10개의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것이라며 조기해결을 강조했다. 존 칩먼 IISS소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이 전략적인 추가 협상수단을 확보하게 돼 외교적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리처드 전 특사도 이날 뉴욕 타임스 기고문에서 “차기 6자회담이 실패하면 북한이 핵 보유를 공식 선언하고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이를 인정해 북핵 억지를 위한 다자동맹이 붕괴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이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같은 비중 있는 인사를 대북 정책조정관으로 임명해 북한과 직접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23일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에서 “IAEA가 직면한 위협 중 북한이 가장 경종을 울리고 있다”며 “미국은 ‘기다리는 게임’을 벌이기보다 협상에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 차관보는 22일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여러 상황이 북한에 유리하지 않다”며 “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라 우리 편이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이 차관보는 “리비아처럼 모든 핵 프로그램을 스스로 내놓고 폐기하는 편이 북한에 이익이 될 것”이라며 “북한이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나와 입장을 설명하면 북한의 제안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maypole@donga.com
이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