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인사를 국가경영철학 차원에서 강조해 왔다. 20일 발표한 정부 국장급의 직위공모(Job Posting) 및 상호인사교류제는 이러한 통치철학을 구체적으로 제도화한 것이다.
굳이 제도화라는 표현을 쓴 것은 직위공모 및 상호인사교류라는 시스템이 신선한 충격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하지 않던 제도이기에 신선하고, 개인이나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에 충격이다. 공모하고 교류하는 자리가 부처의 핵심 요직들이라니 더욱 그러하다. 선정결과를 보면 세부절차의 투명성과 공개성, 그리고 객관성이 나름대로 담보된 것 같다.
정부가 이런 조치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분명하다. 국장 개개인에게는 그동안 대립각을 세운 부처와 역지사지해 보는 전기가 될 것이다. 나아가 부분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문제를 전체적으로 보는 능력함양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즉 조직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관리하는 소위 총합적 능력을 제고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그간의 병폐인 부처간 할거주의 및 이기주의를 극복해 공직의 경쟁력을 높이고, 범부처 차원에서 효율적인 정책추진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과연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 앞선다. 경험과 전문성 문제는 차치하고 해당 국장들이 지닌 신뢰, 네트워크, 호혜 등의 사회적 자본이 자리를 옮긴 뒤에까지 그대로 시현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들의 연착륙을 위해 과장급의 교류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상호 연관성이 깊은 부처들을 통폐합해야 우리도 ‘글로벌 톱10’ 안에 드는 정부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은 대부처제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현재의 18부 4처가 10여개의 대부처로 바뀌면 이번 같은 조치는 거의 필요가 없어진다.
자리를 바꾸고 공모를 통해 적임자를 찾더라도 서로 관계가 있고 철학과 논리가 교호되고 쟁점이 될 수 있는 부처끼리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다. 10개가 너무 많으면 최소한 5, 6개로 정부의 일이 대분된 뒤 그 안에서라도 공모와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외교·안보·통일, 법·질서·관리, 산업·경제, 경제계획·재정·공정거래, 교육·문화·복지 등이 그런 예다.
그래야만 ‘공모결과가 특정부처에 치중됐다’거나 ‘전문성이 부족하다’, ‘인사체증의 해소수단이다’라는 등의 불만이 줄어든다. 어떤 경우에도 훼손되지 않아야 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도 보다 쉽게 확보될 수 있다. 좋은 제도가 악용돼 특정 지역이나 계층을 위한 인위적 잣대로 기능할 여지도 줄어든다.
지금과 같은 방식이 계속되면 특정 부처가 ‘부처 위의 부처’가 될 수 있다. 국가의 생존 및 번영과 직결되지 않는 나랏일은 없고, 모든 부처가 다 귀하고 의미가 있다. 더구나 국장은 부처의 허리이자 기둥이다. 공모와 교류제도가 국장 개인들에게도 고위 공직자의 총합적 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일대 전기로 작동해야 한다.
임동욱 충주대 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