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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펴고 삽시다]디스크 새 치료법 과장 많다

입력 | 2004-01-25 17:22:00


1980년대 초 특정한 효소를 디스크 내에 주입해 허리디스크를 치료하는 방법이 국내에 소개됐을 때 많은 환자들이 ‘주사 한방으로 디스크를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 치료를 받았다.

이 치료법은 초기에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호응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치료효과가 이전에 시행해 왔던 보존적 치료법에 비해 더 좋지는 않은 것으로 밝혀지고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몇 년 후에는 아예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이후에도 2∼3년을 주기로 여러 가지 허리디스크 치료법이 소개돼 환자들의 시선이 몰렸다가 결국 기존의 치료법과 별 차이가 없어 사라지는 패턴이 되풀이되고 있다.

어느 질환에 대한 새 치료법은 안정성과 효용성 및 이에 드는 비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기존의 치료법보다 월등한 효과가 있다고 판명될 때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허리디스크의 새 치료법이라고 소개되는 대부분은 개발자와 공급자에 의해 그 효과가 과장되게 알려지고, 안정성과 효용성 평가는 뒤로 미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허리디스크 때문에 생기는 요통이나 다리의 통증은 자연히 낫는 경우가 많다. 또 운동을 비롯한 보존적 요법으로 비교적 치유가 잘되고 수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는 아주 적다.

요즘에도 허리디스크를 단기간에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자주 소개된다. 경험으로 보건대 이런 방법 대부분도 얼마 안가 치료효과 입증이 어려워 사라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도 아직도 많은 요통환자들이 새로운 치료법을 소개하는 의사를 신뢰하고 전통적인 치료법을 고수하는 의사를 ‘공부 안하는’ 의사로 생각하면서 비싼 치료비를 지불하며 새로운 치료법에만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많은 환자를 보면서 얻은 결론은 허리의 퇴행 질환은 오랜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증상이 자연히 소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런 질환으로 인해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거나 생명이 위협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허리뼈가 약해지기 전에 수술로 허리 병을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며, 이런 질환을 초기에 간단한 수술로 완치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더욱 잘못된 생각이다.

허리디스크는 비수술적 치료가 우선이고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도 적은 비용으로 안전하고 효과가 입증되어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방식을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외국에서 새로 개발됐다고 소개되는 수술법은 국내의 여러 대학병원에서 최소 1∼2년의 관찰 후 안정성과 유용성이 입증되는 경우에만 사용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환모(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