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에 맞서 싸우는 동래 백성들을 그린 그림.사진제공 웅진닷컴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 편지(전 5권)/ 박은봉 글 류동필 외 그림/ 각권 200쪽 내외 각권 8500∼9000원 웅진닷컴(초등 고학년 이상)
아이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에게 어떤 역사책을 골라 주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역사를 다룬 대부분의 책은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많아서 읽어내기가 쉽지 않거나 흥미 위주의 만화로 엮어진 책들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완간된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 편지’ 시리즈는 그래서 더욱 반가운 책이다. 원시사회에서 발해까지의 이야기를 1권으로 2002년부터 출간하여 최근 남북 화해시대까지를 이야기한 5권으로 완결되었다. 특히 4권의 ‘조선 후기부터 대한제국 성립까지’는 ‘변화의 시대’라고도 할 수 있는 18세기 이후 조선의 모습을 다양한 사진 자료들과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농업과 상업이 발달하면서 생겨 난 서민문화는 이전까지의 문화와 예술이 양반의 전유물이었던 것에서 일반 백성들도 문화와 예술을 즐기게 되었음을 뜻한다. 마을마다 풍년을 기원하는 굿을 한 뒤 탈놀이로 사람들의 흥을 돋우는 한편으로는 흔들리는 신분제도를 탈춤으로 표현하며 양반들을 비꼬기도 했다. 이 시기에 생겨난 직업 중 ‘전기수’는 소설을 읽어 주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 조상들은 장터에 가면 힘든 현실을 잠시 잊고 전기수 앞에 앉아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또 백성들의 그림 ‘민화’와 왕을 위한 그림 ‘풍속화’를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많은 사진들이 있어 이해를 쉽게 했다. 김홍도가 그린 풍속화에서 고된 일을 하고 있는 백성들 표정이 한결같이 익살맞고 유쾌한 까닭은 바로 왕에게 보이기 위한 그림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짚어준다. 김홍도의 풍속화를 보고 아이들이 자칫 노동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점을 미리 막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저자가 수집하여 들려주는 역사의 뒷이야기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과연 진실한가라는 물음을 던지게 한다. 예컨대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를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일본이 식민지 교육을 위해 퍼뜨렸던 거짓된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일부 위인전에 실려 있는 것을 밝히면서 아이들 책을 만드는 안이한 태도를 꼬집는다.
눈에 띄는 업적을 남긴 위인들만의 역사가 아니라 이름 없는 선조들의 고난과 고통의 역사도 함께 어우르는 이러한 이야기는 ‘오늘 내 삶이 곧 역사’라는 말을 어린이들이 실감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치 재미있는 옛이야기를 읽듯이 우리 역사를 쉽고도 재미있는 형식으로 쓴 이 책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앞섰다. 이야기꾼 엄마와 그런 엄마를 둔 딸이.
오혜경 주부·서울 금천구 시흥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