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태국에서 조류독감 환자가 7명이나 사망해 지난해 말 전국 여러 곳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던 우리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사람들 간에도 전염이 가능해지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류독감이 사스 같은 전염병으로 변이되거나 가금류 산업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사태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특히 WHO가 ‘베트남과 한국에서 발견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혀 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졌다. 베트남에서는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발생한 조류독감 환자는 감염된 산 닭과 접촉한 사람들이었다. 조류독감의 확산을 막는 확실한 방법은 WHO 권고대로 발생지역의 가금류를 도살해 매립하는 것이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조류독감에 감염된 가금류와 접촉하는 농민이나 방역 관계자들이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보호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 우리 축산농민과 방역 관계자들이 유의해야 할 점이다.
전염병 발생 때 가장 나쁜 대처방식은 진상 은폐다. 지난해 중국은 사스 발생을 숨기다가 전 세계로 사스를 확산시키는 실책을 범했다. 이번에 태국도 가금류 수출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주일 동안 조류독감을 덜 위험한 조류 콜레라라고 속인 것으로 밝혀져 국제적으로 신뢰를 잃었다.
WHO는 조류독감에 감염된 가금류의 배설물 타액 호흡이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닭고기가 조류독감을 일으킨다는 증거는 없다고 확인했다. 충분히 주의해야겠지만 막연한 공포감에서 닭고기와 달걀까지 멀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비상대책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