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광고로 본 술 문화의 변천사.’
광고는 한 시대의 문화를 담고 있다. 광고는 소비자들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면서 한편으로는 동시대인의 감성과 의식을 반영한다. 술 광고에서도 마찬가지. 최근 국내 20∼30년간의 인쇄 광고를 보면 술 문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위스키, 특권의 상징에서 대중화로=대표적인 게 위스키 광고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위스키는 특권층의 전유물이었고 광고의 모델도 ‘제품 그 자체’를 부각시키는 것이었다. 오리콤의 남지연 부장은 “‘보틀 히어로(Bottle hero)’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제품 자체를 보기 좋게 포장하는 것이 위스키 광고의 기본이었다”고 말했다.
카피도 “어느 시대에나 특별하게 예우 받는 존재는 있다”(썸싱스페셜, 1994년), “고품격 위스키 시대가 열린다”(임페리얼클래식, 1994년) 등과 같이 상품의 고급성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위스키가 대중화되면서 광고의 패턴이 달라졌다. 주 공략층이 20, 30대층으로 넓어지면서 이들 세대가 중시하는 감성 광고가 늘고, 여느 술의 정서와 같은 신뢰 분위기 등을 강조하는 것.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임페리얼, 2003년), “오늘은 멤버가 좋다”(딤플, 2002년) 등이 주요 사례.
특히 윈저는 ‘은밀한 유혹’이라는 주제로 제품의 모양은 단 한 컷도 없이 여자 모델의 몸으로 병 모양을 형상화한 광고를 내보내는 등 파격을 시도하기도 했다.
▽소주, 더 이상 남성의 술이 아니다=광고 속에 드러난 소주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남성들의 모임에 제격인, 서민들의 술로 표현됐다. 진로가 1994년 내놓은 “부자(父子)의 정이 흐뭇합니다, 진로 한 잔에 사랑이 넘칩니다”와 같은 부류가 주를 이룬 것.
그러나 90년대 말부터 소주 회사들의 광고에 여성이 등장했다. 여성들의 음주가 늘어난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또 도수를 낮춘 순한 소주가 등장하고 이에 따라 음주 습관도 폭음이 아닌 ‘간단하게 한잔하자’는 형태로 변하면서 주 타깃도 넓어졌다.
맥주 역시 ‘터프한 남성’의 술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술로 변했다. 1980년대 맥주 광고의 전형이 ‘남성이 지프를 타고 황금빛 들판을 달리는 모습’이었다면 1990년대에 들어서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음료’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사장실 유리창에 입사원서를 붙이는 취업 준비생(카스, 2003년) 등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는 젊은이 등이 광고 모델로 등장하고 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