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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지만 제살 못깎아”…지방대 통폐합 지지부진

입력 | 2004-01-26 18:38:00


신입생 모집난 등으로 생존 위기에 몰린 지방 국립대들이 대학간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위한 논의에 나서고 있으나 조직 이기주의에 밀려 실질적인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학생 동문 주민의 반발까지 겹쳐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원칙론에는 찬성=지난해 국회 교육위원회 설훈(薛勳·민주당) 의원이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123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85.4%가 대학 통폐합에 찬성했다.

특히 지방대들은 극심한 신입생 모집난에 위기의식마저 느끼고 있다. 지난해 4년제 대입 전형에서 수도권 대학의 미충원율이 1.2%에 불과했지만 지방대는 10배가 넘는 12.9%나 됐다. 게다가 정부가 올해부터 구조조정과 지역별 특성화를 지향하는 지방대만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위기의식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강원 지역의 한 국립대 관계자는 “가만히 앉아서 공멸하기보다는 희생이 따르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사립대는 법인 귀속재산 처리 등 걸림돌이 많아 통폐합 논의는 주로 국립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전남대 여수대 순천대 목포대 목포해양대 등 광주 전남지역 5개 국립대를 비롯해 전국 각 지역에서 국립대 구조조정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소득 없는 통합 논의=그러나 기존의 구조조정 논의 중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이룬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경북대 안동대 등 대구경북 지역 5개 국립대는 대학간 연구시설 공유 등 연합 체제를 구축하자는 논의를 시작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소득이 없다. 충남 지역에서도 2001년부터 공주대와 천안공대의 통합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서로 입장이 엇갈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상대는 2002년 장기발전계획안에 경남 지역 국립대의 연합 체제 구축을 포함시켰지만 아직 협의조차 못하고 있다. 경상대는 1998년 창원대와 통합을 추진하다 무산된 적도 있다.

▽걸림돌은 뭔가=대학 구성원들의 반발이 통합 논의의 발목을 잡고 있다. 2개 이상의 대학을 합치면 부득이 교수와 교직원의 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통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더라도 구체적인 협상에 들어가면 당사자들의 반대가 거세다.

통합 협상을 하고 있는 한 대학 관계자는 “협상 사실이 중간에 알려지면서 일부 교수와 교직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며 “구성원의 반발로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의 동문이나 재학생의 반발 및 통폐합으로 학생 수가 줄어 지역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지역 주민의 의사를 무시한 일방적인 통합 논의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국립대라고 해서 교육부가 통폐합을 강요할 수는 없다”면서 “선별 지원 등 유인책을 통해 구조조정을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방대 구조조정 논의 진행 상황 지역진행 상황광주 전남전남대 여수대 등 5개 대학 사업계획안 잠정 확정 10년 뒤 ‘1대학다(多) 캠퍼스 구축’ 등 목표충북충주대-청주과학대 통합 추진 합의 2005년 통합대학 출범 목표 충북대도 지역 국립대 통합 추진 검토대전 충남공주대와 천안공대 통합 논의 중 충남대도 천안공대 통합에 관심 표명부산부산대 부경대 등 4개 국립대 통합 추진위를 사단법인화할 계획강원강원대 강릉대 등 4개 국립대 연합대학 체제 구축을 위한 기획처장 간담회 개최대구 경북사립대인 대구대 대구한의대 대구가톨릭대의 컨소시엄 구성 제안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충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