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프로농구 최대 이슈는 뭐니 뭐니 해도 모비스 용병 센터 바셋과 KCC 센터 호프의 트레이드였다.
각 구단의 선수 수급 방법은 크게 2가지로 분류되는데 하나는 국내 신인선수들과 외국인 선수들을 선발하는 드래프트이고 다른 하나는 서로 필요한 선수를 바꾸거나 돈으로 사고파는 트레이드제도다.
이 가운데 드래프트는 10개 구단이 전년도 성적을 토대로 선발순위를 정하지만 트레이드는 구단간 이해타산만 맞으면 누구든지 입맛대로 뽑을 수 있어 훨씬 운신의 폭이 넓다. 이 때문에 감독들은 제한적인 드래프트보다는 트레이드를 통해 원하는 선수들을 확보한다. 이런 면에서 프로의 트레이드는 아마농구의 자유스카우트와 닮았다.
물론 트레이드를 통한 선수 스카우트가 성공으로 직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잘했니, 못했니 뒷말이 나오고 구단의 희비가 엇갈린다.
필자도 트레이드 때문에 아픈 기억이 있다. 모비스 감독으로 몸담고 있던 올 시즌 개막 직전 정인교를 삼성으로 보낸 게 그것이다.
2002∼2003시즌 개막을 앞두고 한 호텔에서 만난 정인교는 몸이 엄청나게 불어 있었다. 당시 몸무게가 104kg였으니 평소 체중보다 무려 20kg이나 초과한 상태. 이쯤 되면 농구선수로서 생명은 끊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뒤 어느 팀과도 계약하지 못한 채 자포자기에 빠진 결과였다.
하지만 정인교는 모비스에 입단한 뒤 정규훈련과 개인훈련, 새벽 및 야간 훈련 그리고 다이어트까지 하는 눈물겨운 노력 끝에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 처음 그의 뚱뚱한 모습을 비웃던 다른 선수들이 그 살인적인 살빼기 과정을 보고 감명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모비스는 대부분 각 팀에서 방출된 선수들로 구성된 팀. 다시 날씬해진 정인교를 보고 선수들은 ‘우리도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자연히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이런 팀 분위기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결정적 계기가 됐을 것이다.
그런 정인교를 내 손으로 삼성으로 보냈다. 그 배경까지 시시콜콜하게 밝힐 생각은 없지만 돌이켜 보면 그 일이 필자가 시즌 도중 감독직에서 물러난 원인의 하나가 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트레이드는 그렇게 어려운 것이다.
MBC 농구해설위원 cowm55@yahoo.co.kr
▼본보는 27일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최희암의 버저비터’를 연재합니다. 연세대를 대학농구 최강으로 이끈 주인공이었던 최희암 전 감독은 프로농구 모비스 감독을 거쳐 현재 MBC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