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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문 채취 美 비자정책 지나치다

입력 | 2004-01-26 19:00:00


8월부터 미국 비자를 받으려면 지문을 찍어야 한다. 미국에 도착하면 또다시 지문을 찍고 사진촬영에 응해야 한다. 미국은 테러대책 강화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참담한 모욕이다. 인권 침해라며 분노하는 세계 여러 나라 국민의 심경을 이해할 만하다. 여행자유화 추세에도 역행하는 강대국의 횡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대부분의 유럽국과 호주 일본 등 27개 비자 면제국의 여행자들은 지문채취 대상에서 제외했다. 비자 면제국에서 빠진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데 그 위에 지문채취까지 하게 됐으니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지문채취 대상이 된 나라의 국민은 미국으로부터 잠재적 테러범 취급을 당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 아무리 강대국이라지만 멋대로 잠재적 테러국과 그렇지 않은 나라를 구분한단 말인가.

주한 미 대사관측은 한국의 비자 발급 거부율이 5%선으로 비자 면제국 기준인 3%를 넘어 비자 면제가 어렵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인에 대한 비자발급요건을 줄곧 강화해 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미국은 재작년 비자신청양식에 군 경력을 포함한 18개 항목의 질문을 추가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여행사를 통한 비자 발급을 폐지하고 인터뷰를 강화했다. 발급과정을 어렵게 하면서 거부율 탓을 하는 미국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한 해 40만명이 넘는 한국인이 미국 비자를 신청한다. 이들 상당수가 미국이 우리를 얕보고 홀대한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인격적 모욕까지 느끼게 하면 한국인의 마음속에서 미국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선의로 미국을 찾는 외국인을 범죄인 취급하는 비자정책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