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의 최대 고비가 될 뉴햄프셔주 예비선거를 이틀 앞둔 25일 7명의 후보들은 영하 15도 안팎의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총력전을 벌였다.
여론조사 결과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1위를 차지한 존 케리 상원의원은 38%의 지지로 2위권 후보들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케리 후보의 지지도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하루 전보다 3∼7%포인트 올라갔으며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는 16∼25%, 웨슬리 클라크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사령관은 11∼17%로 2위 경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뉴햄프셔주 예비선거에서 2위 안에 들지 않은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되거나 대통령에 당선된 적이 없었던 만큼 후보들은 2위 안에 들기 위해 사활을 건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도 2위권을 바짝 추격하고 있으나 조지프 리버먼 상원의원은 10%를 밑도는 부진한 지지도로 고전하고 있다.
부동층을 집중 공략해 대세 굳히기에 들어간 케리 후보는 아이오와주 코커스 승리 이후 들어온 100만달러가량의 선거자금을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중산층을 겨냥한 감세정책과 의료정책을 제시하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케리 후보에 큰 격차로 불안한 2위를 유지하고 있는 딘 후보는 ‘엽기 연설’ 때문에 여성층의 지지도가 특히 부진한 것을 의식해 부인과 어머니까지 선거전에 내세우고 선거자금을 거의 모두 투입하는 ‘올인’ 작전을 펼쳤다.
아이오와주를 포기하고 뉴햄프셔주에 주력해온 클라크 후보는 자신이야말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맞설 경륜을 갖추고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사람”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2위를 차지하고도 뉴햄프셔에서는 케리 후보의 바람 때문에 고전하고 있는 에드워즈 후보는 케리 후보의 각종 공약이 일관성이 없다고 공격하고 나섰다.
딘 후보는 선출직과 당 간부 등 800명에 이르는 전당대회 당연직 대의원 가운데 97명의 지지를 확보해 59명을 확보한 케리 후보보다 유리한 입장이다.
내셔아(미 뉴햄프셔주)=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여론조사 이번엔 맞을까▼
“내 묘비명에는 ‘여기 1988년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 실패한 앤디 콜허트 잠들다’라고 써 달라.”
88년 콜허트 당시 갤럽 대표는 미국 공화당 뉴햄프셔주 예비선거 여론조사를 했다가 무려 17%포인트의 오차를 내자 이렇게 말했다.
갤럽은 당시 마지막 여론조사를 벌인 뒤 밥 돌 후보가 조지 부시 후보를 8%포인트 차로 이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부시 후보가 9%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이후 뉴햄프셔주는 ‘여론조사가들의 무덤’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2000년 공화당의 뉴햄프셔주 예비선거가 있기 하루 전 AP통신은 ARG의 여론조사를 근거로 “조지 W 부시 후보와 존 매케인 후보가 경합 중”이라고 보도했다. 조사 결과 부시 후보는 2%포인트 차로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매케인 후보가 18%포인트 차로 대승을 거뒀다. 여론조사의 오차는 무려 20%포인트였다.
96년 예비선거 때 ARG는 돌 후보가 7%포인트 차로 승리한다고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팻 뷰캐넌 후보가 1%포인트 차로 이겼다. 또 92년 선거 때는 출구조사에서 부시 후보가 뷰캐넌 후보를 6%포인트 정도 앞선 것으로 나왔지만 실제로는 부시 후보가 16%포인트나 앞섰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결과가 큰 오차를 보이는 것은 부정확하거나 오래된 당원 명부를 토대로 조사 대상을 추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 비전문가인 대학생 조사요원들이 불성실하게 일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뉴햄프셔주 조사에서 오차가 큰 것은 인구이동이 심해 유권자들이 자주 바뀌는 데다 정당을 밝히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내셔아(미 뉴햄프셔주)=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