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평과 13평형 1654가구로 구성된 인천 연수구 연수3동 주공아파트1단지는 인천지역에서 ‘고령화 단지’로 알려져 있다.
주민 가운데 만 60세 이상 노인이 20% 가량 되는데다 노인들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관리사무소 옆에 모임장소가 있는 노인회는 방학 때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문과 예절교실을 무료로 열고 있다. 요즘은 노인회 소속 회원 1명이 훈장으로 나서 매주 월∼금요일 오전 9시 초등학생 20여명에게 강의한다.
노인회는 단지 내 3∼4평 규모로 조성된 90여개의 텃밭도 관리하고 있다.
텃밭에서 배추 무 고추 상추 파 등 싱싱한 야채나 화훼를 재배할 수 있기 때문에 주민이 매년 차례를 기다려 분양받을 정도로 텃밭은 인기가 높다.
노인회 이원우 사무장(68)은 “텃밭에서 야채를 길러 수확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에 서로 분양을 원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1, 2년씩 돌아가며 텃밭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지에는 홀로 사는 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등 가정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많이 사는 편이지만 늘 온정이 넘쳐난다.
주민 정인근씨(54)와 전종범씨(49)는 횡단보도에서 교통정리를 하거나 단지 내 방범 순찰을 하는 봉사활동을 수년째 하고 있다.
한 주민은 자신이 돈을 내 공동 화장실의 분무기와 방향제를 교체하고 있다.
주민과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2002년 10월부터 공동체(커뮤니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폐가구 등 생활쓰레기로 가득 차던 101동과 102동 뒤편에는 길이 300m 가량의 산책로와 연못을 조성했다. 연못 옆에는 오리 닭 토끼 등이 사는 미니 동물원을 만들었다. 또 단지 후문 쪽에는 자갈과 돌로 만든 지압보도(길이 100m), 솟대 탑 미니분수 등으로 장식된 조각공원, 운동기구가 있는 건강공원 등이 꾸며져 있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노인 가정을 대상으로 수도꼭지와 전선, 전등 등을 교체해주는 ‘집안 잔손보기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부녀회와 관리사무소는 상가 임대와 재활용 처리 수익금을 불우이웃을 돕는데 활용하고 있다. 소년소녀가장과 홀로 사는 노인, 모자 가정 등에게 쌀 등 생활용품이나 관리비 일부를 지원해주고 있는 것.
이은경 부녀회장(42)은 “힘들게 사는 가정이 많지만 서로 돕고 사는 정으로 똘똘 뭉친 아름다운 아파트 단지”라고 자랑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