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본격적인 이사철.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는 발걸음이 분주할 때다.
중개서비스 분쟁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것도 이즈음이다. 중개업자는 거래가 성사돼야 돈을 번다. 매수자에게는 좋은 물건임을 강조하고 매도자에겐 눅은 값에 내놓으라고 유도한다. 그러니 매수자든 매도자든 중개업자를 의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개업자를 통하지 않고서는 부동산을 거래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부동산 시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 무턱대고 의심만 하다가 서로 얼굴을 붉히고 관계가 끊어지면 고객과 중개업자 둘 다 손해를 보게 된다.
사실 요즘 중개업소는 과거의 복덕방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중개서비스 수준이 많이 향상됐다. 중개업자들의 역량도 제각각이다. 수수료가 아까운 이가 있는가 하면 고객한테 감사의 선물까지 받는 이도 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전업한 중개업자들 가운데는 전문가 뺨치는 식견을 가진 이가 많다.
실력 있는 중개업자는 각종 금융 및 부동산 상품의 수익률을 비교할 줄 안다. 금융회사 출신이 특히 그렇다. 부동산 취득과 등록, 보유와 관련한 세금 문제도 꿰뚫고 있다. 언제든 부동산 시황을 브리핑할 준비가 돼 있다. ‘매입부터 매도까지 책임진다’는 생각에서 장기적인 고객 관리를 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가히 ‘부동산 재무설계사’라 할 수 있다. 유능한 중개업자를 잘 사귀어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 부동산 거래를 잘하는 요령이다.
첫째, ‘주거래 중개업소’를 만든다. 당장 사고팔 일이 없더라도 관심지역 중개업소 몇 곳을 찍어두고 수시로 들른다. 이런저런 질문으로 중개업자의 실력을 가늠해 보면서 후보를 좁혀 나간다. 단골-주거래 관계가 굳어지면 가외의 소득이 많다. 일례로 괜찮은 급매물은 돈 많은 고객보다는 단골고객한테 먼저 돌아간다.
둘째, 불만은 솔직히 털어놓고 요구는 분명하게 하라. 중개업자는 고객을 위해 서비스하는 대가로 돈을 버는 사람이다.
셋째, 그렇다고 무턱대고 우기고 고집부리거나 근거 없이 중개업자의 충고를 깔아뭉개지 말라. ‘빨리 나가 줬으면…’ 하는 시선만 받는다. 차라리 ‘적정가격이면 거래하겠다. 당신을 믿을 테니 수고해 달라’는 인상을 심어 주는 편이 낫다.
(도움말:김우희 저스트알 상무)
이철용기자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