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대검찰청에 들어서는 열린우리당 이상수 의원. 이 의원은 기자들의 질문에 간단히 답변한 뒤 무거운 표정으로 청사로 들어갔다. -변영욱기자
검찰이 불법 대선자금 모금이나 유용에 관여했던 정치인들에 대해 잇따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수사의 불똥이 대선 후보였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에게도 옮겨붙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 진행 방향은 2002년 대선 당시의 두 후보 쪽으로 점차 다가가고 있는 상황이다.
▽막바지 국면에 이른 수사 상황=노 캠프의 대선자금 모금에 대한 수사는 27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무본부장이던 열린우리당 이상수(李相洙)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이후 마무리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비공식 선거기구가 불법으로 모금한 대선자금은 노 후보 비서실 정무팀장이던 안희정(安熙正)씨를 구속한 이후 진상 규명이 거의 끝났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열린우리당 이재정 전 의원이 불법 대선자금 수수와 관련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7일 오후 서울지방법원에 출두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한화에 돈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미옥기자
민주당 선대위 유세본부장이던 열린우리당 이재정(李在禎)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끝내기 수순의 하나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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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경우에도 서청원(徐淸源)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됨으로써 이재현(李載賢) 전 재정국장-최돈웅(崔燉雄) 의원-김영일(金榮馹) 의원 등으로 이어진 선대위 핵심 당직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
여기에다 한나라당 비선 조직의 핵심 인물이던 서정우(徐廷友) 변호사가 구속된 이후 10대 기업의 대선자금 제공 조사도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월까지 노 캠프의 경우 불법 대선자금 규모와 모금 및 사용 경위 등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선자금 사용처에 대해 수사를 더 벌인다는 계획이지만 핵심 인물을 중심으로 보면 ‘주역’들은 거의 다 나왔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다음 수순은 대선 후보?=검찰은 마지막으로 대선 후보에 대해서는 실무 책임자 처벌 이후 조사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대선자금 불법 모금과 집행 과정에서 대선 후보들의 법률적 책임이 가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조사 및 처벌 등에 대한 판단도 유보됐다는 것이 일부 수사팀 관계자들의 말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5일 이 전 총재가 자진 출두할 당시 “당직자 조사 이후 이 전 총재에 대한 정식 소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핵심 당직자들에 대한 조사에서 대선 후보들이 대선자금 모금에 관한 사후 보고를 받았다는 진술은 속속 확보하고 있지만 불법 모금에 직접 관여한 단서는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들이 불법 모금의 ‘공범’이 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
하지만 검찰 수뇌부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어 대선 당시 경쟁자였던 이 전 총재에 대한 정식 소환 조사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관측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 모금이나 유용에 관여한 핵심 당직자들이 수사 과정에서 대선 후보의 책임을 직접 거론할 경우 수사팀이 마무리 국면에서 ‘대선 후보 정식 소환’ 등의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노 대통령의 자진 출두 또는 출장 조사 허용 등 수사 외적(外的) 변수도 작용할 수 있어 수사의 불똥이 언제, 어떤 식으로 대선 후보에게 옮겨붙을지는 지금 단계에서 속단하기 어렵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