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드민턴의 간판스타 방수현(오른쪽)은 유망주 전재연(왼쪽)이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충분히 따낼 것으로 예상했다. 강병기기자
90년대 한국 여자배드민턴(단식)의 간판스타로 활약했던 방수현(32·MBC 해설위원)이 지난 15일 태릉선수촌을 찾았다. 올 8월 아테네올림픽을 앞둔 ‘여자 단식의 기대주’ 전재연(21·한국체대)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또다시 승부욕이 작용했을까. 후배를 칭찬하는 인사말을 기대했던 기자의 의표를 찌르듯 방수현은 라켓을 집아들고 당장 붙어보자는 시늉. 바로 방수현의 당당한 자신감이다.
배드민턴 강국이라는 한국이지만 단식은 남녀를 통틀어 불모지. 그런 가운데서도 방수현은 첫 출전한 92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뒤 96애틀랜타올림픽 정상에 올랐다.
방수현은 애틀랜타올림픽 직후 은퇴했다. 그 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여자 단식에 혜성처럼 등장한 선수가 전재연이다. 체격(1m69, 58kg)이 여자 단식 선수로 타고났다는 것이 방수현의 평가. 폼도 아주 예쁘게 잘 배웠다는 것.
방수현은 전재연을 만나자마자 자신감과 정신력을 강조했다. “세계정상급 선수가 한 단계 상승하기는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 만큼이나 힘들다”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게 자신감과 정신력”이라는 얘기.
이 충고는 아직 국제대회 우승경력이 없는 전재연에게 가장 필요한 말. 실력이야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정상권이지만 전재연은 번번히 정상의 문턱에서 무너졌다. 순한 성격탓에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기 때문.
“국가대표가 된 뒤 선생님과 선배들로부터 이럴 때 방수현 선배님은 어떻게 했다는 얘기를 귀가 따갑도록 들었어요. 그러나 정작 배워야 할 것은 아직도 마음속에 새기지 못한 것 같아요.”
전재연이 고개를 들지 못하자 방수현은 다정하게 후배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지금 세계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왕첸, 쉬팡팡, 카멜라 마틴 모두 지난해 꺾어봤잖니. 그 선수들이 너랑 경기하면 지겹다는 소리를 할 만큼 악바리 근성만 키우면 넌 세계를 정복할 수 있어.”
선후배가 나누는 훈훈한 정 속에서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의 꿈은 무럭무럭 익어가고 있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방수현의 충고▼
재연아, 이제 선수로서 꽃을 피울 나이가 됐구나. 고교 때부터 널 유심히 지켜봤다. 기량이 부쩍 늘고 있어 흐뭇하기만 하단다.
난 현역 때 공격적이기 보다는 끈질긴 스토로크 플레이를 펼쳤는데 너도 정말 대단하더구나. 단식은 꾸준한 스트로크가 중요해. 넌 풋워크가 좋고 볼 감각이 아주 뛰어나. 볼 컨트롤이나 스트로크도 안정적이고. 스피드만 조금 더 갖추면 누구든 너를 두려워 하겠지.
큰 국제대회에서 우승트로피를 안고 싶겠지만 서둘지 않기 바래. 현재 세계 여자단식을 주도하는 국가는 중국이야. 지난해 홍콩오픈에서 세계랭킹 4위 왕첸을 꺾었을 때 얼마나 기분이 좋았니. 네가 그런 선수들을 이길 때마다 그들은 점점 부담스럽고 반면 너는 기회가 점차 많아지는 거야.
재연아. 이번 아테네올림픽이 너에겐 첫 올림픽이지? 내가 처음 올림픽에 출전했을 때 어땠는지 아니. 대표팀에 낀 것만도 감지덕지 했었어. 그런데 덜컥 은메달을 땄어. 네가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수현이가
▼전재연은 누구▼
△생년월일=1983년 2월9일생
△출신학교=포천초등-포천여중-포천고-한국체대
3년 재학 중
△배드민턴 시작=초등 3학년 때
△처음 국가대표에 발탁된 때=고교 2학년 때
△세계랭킹=9위
△주요 수상 경력=2001아시아주니어선수권 1위, 2003 스위스오픈 3위, 눈높이컵최강전 3연패(2002∼2004)
△별명=메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