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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바비 맥퍼린 "노래 못잖게 지휘도 즐거워”

입력 | 2004-01-28 19:13:00


유혹하는 듯한 그의 노래를 들려주면 골목길 고양이나 숲 속 동물들마저 숨죽일 것 같다. 4옥타브를 넘나드는 경이로운 목소리의 보컬리스트, 미국 전역에서 일류 교향악단을 상대하는 클래식 지휘자, 재즈 팝 등 여러 영역에서 상위 차트를 점령해 온 작곡가. 이처럼 전방위 활동을 펼쳐 온 미국의 만능 음악인 바비 맥퍼린(54)이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2월 5, 7일 오후 7시반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를 앞둔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다양한 분야의 음악활동으로 성공을 거둔 비결이 뭔가요.

“비결 같은 건 없습니다. 오페라 가수인 부모님의 노래를 듣고 자란 뒤 새크라멘토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죠. 1970년대는 장르를 넘나드는 것이 유행이었어요. 나도 재즈밴드에서 키보드를 연주하는 게 좋았어요.”

팝 재즈 클래식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활동 중인 '만능 뮤지션' 바비 맥퍼린. -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노래를 하게 된 동기는….

“어릴 때부터 녹음기를 틀어놓고 노래 연습을 하는 별난 취미가 있었죠. 부모님의 영향도 있고 해서 무대에 서고 싶었는데, 어느 날 ‘그냥 무대에 뛰어올라 아무 노래나 불러보자’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대로 했죠.” (그는 28세 때 전설적인 재즈 보컬리스트 존 헨드릭스의 눈에 띄어 함께 공연을 하면서 보컬리스트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특별한 노래연습 방법이 있나요.

“그냥 하루 종일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를 부를 때는 철저히 무방비 상태로, 나 자신을 탐험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도 있죠.”

―오케스트라 지휘는 어떻게 시작했습니까.

“누군가 ‘어중간한 장르에서 활동하면 진정한 성공은 없다’고 말했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해요. 여러 활동을 하면서도 진짜 하고 싶은 것은 지휘였는데 그러다 보니 기회가 생겼어요.” (그는 1990년 40회 생일에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처음 지휘해 폭발적인 성공을 거뒀다)

―지휘도 노래 못지않게 즐겁습니까.

“처음 리허설은 악몽이었죠. 이제는 즐거워요.”

―연미복을 입지 않고, 맨발로 지휘하기도 한다고 들었는데….

“새로운 느낌을 얻기 위한 탐험의 일환이죠.”

―앞으로 탐구하고 싶은 새로운 장르가 있다면….

“켄터키주 고유의 음악으로 밴조와 만돌린 등의 흥겨운 반주가 들어가는 ‘블루그래스’ 음악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맥퍼린씨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서곡 등을 연주한다. 비발디 ‘두 대의 첼로를 위한 협주곡’에서 그는 입으로 한 대의 첼로파트를 연주하고 또 한 대의 첼로파트는 첼리스트 양성원씨가 맡는다. 당일 곡목이 공개될 재즈 연주 프로그램, 한국 전통예술인과의 협연무대도 마련된다. 5일 공연에는 승무 명인 채상묵씨가, 7일 공연에는 해금 주자 강은일씨가 그와 함께 즉흥무대를 갖는다. 3만∼10만원. 02-580-1300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