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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아주 특별한 체험-전남 담양 대나무골 테마공원

입력 | 2004-01-29 16:56:00

담양 대나무골 테마공원에 들어서자 마자 울창한 대숲이 맞는다.길이 없어 보이지만 곧게 솟은 대나무 사이로 조그만 산책로가 나 있다. 대숲을 걷는 당신을 발견해보라.



《이제 차 타고 갔다가 밥만 먹고 돌아오는 평범한 여행은 싫다. 한 가지라도 자신만의 추억을 만드는 ‘체험여행’이 각광받는 시대다. 여행플래너 최미선씨와 사진작가 신석교씨가 전국을 다니며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여행지를 발굴해 소개한다.》

정초 새로운 각오를 되뇌다 보니 문득 정지원의 시 ‘대숲에 서면’이 떠오른다.

팔랑개비,방패연,부채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죽물박물관 내 죽세공품 체험장.

‘겨울 대숲으로 오라/시퍼런 댓잎 사이로 불어오는 짱짱한 칼바람이 공공하게 언 몸뚱이를 후려치거든 그 자리에서 무릎 꿇고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라….’

대나무 하면 담양이다. 그중에서도 ‘대나무골 테마공원’에 가면 대숲의 멋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사진기자를 하다가 정년퇴직한 주인이 30여년간 틈틈이 가꾸어 놓은 곳이다.

공원을 개방한 지 이제 만 2년. 여름에는 시원함을 찾아 들어오는 사람이 많지만 겨울에는 발길이 뜸해 대숲의 호젓함을 느낄 수 있다. 찾아가는 길목도 운치 만점이다. 살얼음이 깔린 개울에서 동동 떠다니는 청둥오리들, 하얀 눈으로 뒤덮여 층층이 펼쳐진 논, 토담 뒤에 살포시 숨어 있는 오동통한 항아리들….

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한눈에 들어오는 눈 덮인 대숲의 풍경은 참으로 이채롭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은 대나무 숲 사이로 난 산책로를 오르다 보면 오르는 이의 어깨와 허리도 대나무처럼 꼿꼿하게 펴진다.

눈으로 즐기는 모양새뿐만 아니다. 도심에서는 맛볼 수 없는 소리가 이곳에는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작은 댓잎들이 스치며 사각거리는 소리가 별나다. 자연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듯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이파리 위의 눈가루가 햇빛을 받으며 부서져 내리는 모습이 마치 무대 위에 조명을 쏟아 붓는 것 같다.

○ 죽세공품 체험장서 연 만들기

이어 죽물박물관으로 향한다. 바구니 돗자리 등 옛 살림은 물론 포크, 열쇠고리, 머리핀, 찻잔까지 대나무로 만든 모든 것들이 앙증맞게 자리 잡고 있다. 대나무 뿌리도 처음 보았다. 날씬한 줄기, 가녀린 이파리와 달리 뿌리는 펑퍼짐한 게 쌀 서 말은 족히 담은 자루 같다. 새삼 웃음이 나온다.

이곳에는 죽세공품을 만드는 체험장이 있다. 담양의 죽물 기능인들이 상주하며 만드는 법을 가르쳐준다. 다만 초보자들이 댓가지를 자를 때 다칠 염려가 있기 때문에 기본 재료를 미리 준비해두고 방문객은 조립만 하는 ‘50% DIY’ 체험이다. 체험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비용도 저렴하다. 팔랑개비 500원, 부채 방패연 찻잔 각 1000원, 단소 피리 2000원, 자리방석 3000원, 대통밥 용기 1000원.

방패연과 팔랑개비 만들기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마침 방패연을 만드는 가족이 있어 그 옆에 끼어 앉았다. 창호지에 가늘고 긴 5개의 댓살을 붙이는 작업을 시작했다.

창호지 가운데 뚫린 커다란 구멍은 바람을 흡수하여 연을 뜨고 내리게 하는 조종 역할을 한다고 한다. 반면 가느다란 댓살은 공중에서 연이 제대로 놀게 하는 역할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댓살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인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살을 붙였다 떼었다 하기를 수차례. 실 꿰기도 만만치 않다. 몇 번 거듭하다 보니 어느새 연 만들기에 몰입돼 잡념이 사라졌다.

드디어 방패연이 완성됐다. 옆자리 가족들과 함께 연날리기를 시도했는데 이런, 연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풀을 너무 많이 발랐던 탓인가 보다. 아무러면 어떠랴. ‘무늬만 연’이지만 집에 돌아와 거실 한 쪽에 걸자 멋진 장식품이 됐다.

○ 향기로운 대통밥

담양의 대표적인 먹을거리를 꼽는다면 대통 안에 쌀을 씻어 안쳐 밥을 짓는 대통밥. 대나무를 그대로 그릇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대나무 특유의 향이 그윽하게 배어나온다. 이곳에서는 대통을 한 번만 사용하고 버리기 때문에 밥을 먹고 난 후 대통을 집으로 가져와 연필통 등으로 사용해도 좋다. 대통밥의 용기로 쓰이는 대통은 사용 전에는 겉부분이 짙은 녹색을 띠며 대통 안벽에 하얀 막이 있어 대나무 향이 강하고 신선하다. 만일 겉부분이 주황색이고 대통 안벽에 하얀 막이 없다면 이는 한번 사용했던 용기를 다시 사용한 경우다.

죽물박물관 앞에 있는 송죽정이 담양 사람들이 추천하는 대통밥 전문점. 1인분 9000원.

근처에 있는 ‘대나무 건강랜드’에는 대나무잎 온천탕과 대나무 산소방 등이 마련돼 있어 대나무와 함께 여독을 풀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글=최미선 여행플래너 tigerlion007@hanmail.net

사진=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

▼1박 2일 떠나볼까▼

1.오후 2시경 서울 출발→호남고속도로 장성 IC→24번 국도→담양읍 도착

2.대나무 건강랜드(입장료 5000원·061-383 -0001)나 인근 여관(3만원 안팎) 등에서 숙박

3.다음날 아침 대나무골 테마공원(입장료 2000원·061-383-9291) 산책

4.송죽정(061-383-4921) 등에서 대통밥으로 점심식사(1인분 9000원)

5.오후 죽물박물관(입장료 500원·061-381- 4111)에서 죽세공품 만들기 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