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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주말시대]‘호~호’ 찐빵 한입에 ‘추위 싹~’

입력 | 2004-01-29 17:09:00

갓 쪄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안흥찐빵. 안흥찐빵마을의 20여개 가게에서는 우리 팥만 사용해 찐빵을 만든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매서운 설 추위도 지나고 겨울 여행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조금씩 길어진 해를 등지며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은 허전함과 허기짐의 연속이다. 이름난 식당에 자리를 잡으면 좋겠지만 찾아가서 기다리는 것이 좀 부담스럽다. 그럼 따끈따끈 김이 나는 명물 빵은 어떨까.》

○ 스키 타러 가는 길에 안흥찐빵

강원도에서 스키를 타고 오는 길이라면 안흥찐빵을 먹어보자.

영동고속도로에서 새말톨게이트를 빠져 나가 우회전해서 평창 가는 42번 국도를 탄다. 10분 정도 가다 첫번째 고개인 전재를 넘으면 ‘안흥찐빵마을’이라는 푯말이 보인다. 현재 횡성군 안흥마을 일대 20여개 업소에서 안흥찐빵을 판다.

안흥찐빵의 원조는 ‘안흥찐빵’(033-342-4570)과 ‘심순녀안흥찐빵’(033-342-4460∼2)을 운영하는 심순녀씨(60)다. 30여년 전 호떡, 튀김, 핫도그, 찐빵 등을 만들어 팔다 ‘찐빵이 맛있다’는 평을 듣자 1992년부터 찐빵만 만들었다. 90년대 중반 입소문으로 심씨의 찐빵이 유명해지자 98년부터 안흥마을 사람들이 너도나도 안흥찐빵을 팔기 시작했다.

황남빵

안흥찐빵마을의 가게에서는 손으로 반죽을 하고 방부제를 넣지 않는다. 팥도 강원 홍천, 평창군에서 나는 것만을 쓴다. 안흥찐빵마을협의회 033-342-0063

○ 천마총 보고…황남빵 먹고…

경주는 왕릉의 도시다. 신라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면 돌아오는 길에 천마총으로 유명한 황남동에 들러 황남빵 맛을 보자.

황남빵은 황남동의 단 한 곳 ‘황남빵’에서만 판다. 1939년 당시 21세이던 최영화옹(95년 작고)이 최씨 문중에 내려오던 한과와 당시 서양과자의 기술을 결합해 처음 만들었다. 지금은 최씨의 아들과 손자가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빵 값은 깎아주지 않는다’ ‘방부제를 쓰지 않는다’ ‘손으로만 빵을 만든다’는 원칙은 그대로다.

황남빵은 지름 6cm, 두께 2cm로 국화나 와당 문양의 얇은 빵껍질 안에 고운 단팥소가 꽉 차게 구워낸 팥빵이다. 강원도와 충북 제천시에서 나는 우리 팥을 쓴다. 팥소를 만드는 법은 최씨 부자만 알고 있다. 택배도 가능. 054-749-7000, www.hwangnam.co.kr.

○ 천안은 역시 호두과자

어디를 여행하고 오는 길이든, 고속도로나 지방도로, 기차 안이든 상관없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것이 ‘천안호두과자’다. 평일 도심의 길이 막히는 곳에서도 볼 수 있다. 하얀 습자지에 곱게 싸인 호두과자보다 봉지에 붕어빵처럼 담긴 것을 먹는 데 익숙해졌지만 천안에 가면 원조 호두과자의 맛을 볼 수 있다.

천안역 광장에서 아산 방향으로 100여m쯤 가면 있는 ‘학화호도과자(041-551-3370)’집이 원조다. 아직도 카운터를 지키는 심복순 여사(90)의 남편 조귀금씨가 1934년 일본에서 서양 제빵기술을 배워와 호두과자를 처음 만들었다.

계란과 물을 섞은 묽은 우유에 설탕을 넣고 믹서에 간 물에 밀가루를 반죽한다. 흰팥을 삶아 가라앉힌 앙금을 물엿처럼 녹인 설탕에 버무린 뒤 한 번 더 쪄 속을 만든다. 호두 한 알을 8쪽으로 나눠 한 조각씩 얹고 그 조각이 살짝 내비치도록 굽는 것이 비법. 역시 방부제를 넣지 않고 우리 팥만 쓴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