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학을 졸업한 여대생들의 취업 경쟁력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대기업 취업 현황을 보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여성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남성은 물론 고졸 여성보다 더 취업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정보 제공업체 헬로잡(www.hellojob.com)이 지난해 말 대기업 115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2003년 여사원 채용인원’을 조사한 결과, 전체 1만8643명의 신입사원 가운데 여사원 비율은 11.6%(2159명)였다.
하지만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여사원으로 한정하면 비율은 4.7%(886명)로 낮아진다. 6.9%는 2년제 대학 혹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여성이라는 뜻.
특히 식음료(0.72%), 기계철강(1%), 금융(1.8%) 등 업종은 여성 대졸자의 비율이 2%를 넘지 않았다.
D생명보험 인사 담당자는 “남성 대졸자는 순환근무를 시키거나 지방 사무소로 발령해도 잘 견디는 편이지만 여성 대졸자는 지방으로 보내면 대부분 이직해 버린다”며 대졸 여성을 기피하는 이유를 귀띔했다.
H유통 인사 담당자도 “판매나 영업직은 여성 대졸자를 뽑고 싶어도 지원자가 아예 없다”며 “대졸 여성들은 행정직이나 사무직만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졸 여성의 소극적인 업무 태도는 사회 구조적인 관점에서 봐야한다는 지적도 많다.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임윤옥 사무국장은 “영업 업무나 술자리 문화 등이 남성 위주로 짜여져 있다 보니 여성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통로가 막혀 있다”며 “대학에서는 남녀가 평등하게 경쟁하지만, 직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 남녀 기회의 균등은 사라진다”고 분석했다.
최윤선 헬로잡 리서치팀장은 “남성에 비해 여성이 취업하기 힘든 사회 구조는 엄연한 현실”이라며 “여성 대졸자는 전문화된 능력을 검증받을 수 있도록 어학, 전문 자격증 등을 획득하고 업무 경험을 풍부하게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